폴커 샤이드 교수와의 대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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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샤이드 교수와의 대화②
  • 승인 2008.12.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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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융합 이전에 동등 위치 돼야”
한의학, 알러지·여성 질환에 효과

Q. 최근 한의학계는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한의학 용어의 영문번역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단어 하나를 번역할 때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고, 각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의학이라는 이름을 번역할 때에도 그러한데, 어떤 단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A. 유럽에서도 Oriental Medicine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한국의 한의학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전통의학(TCM,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오리엔탈의 범주는 유럽을 기준으로 동쪽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아시아의 다른 전통 의학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한의학이나 일본의 캄포의학(漢方醫學)뿐 아니라 중동이나 인도의 전통의학도 포함되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 등 서양에서 ‘오리엔탈(oriental)’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그 바탕에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서양우월주의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동양의 전통의학이 서양의학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게 된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지역 전통의학을 아우르는 말로는 “Oriental Medicine”보다는 “East Asian Medicine Traditions”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Q. 굳이 ‘traditions’라는 단어를 쓴 것이 이유가 있는가? 아무리 전통의학이라 하더라도 이미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변화가 있었고 또 옛것만을 추구하는 느낌의 단어는 아닌가?

A. 그렇지 않다. ‘tradition’이라는 단어는 옛것으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뜻이다. 또 중동이나 인도의 전통의학은 동아시아지역의 전통의학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전체를 뜻하는 ‘oriental’보다는 전통의학의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East Asian Medicine’이라고 표현하였다.
중국의학(Chinese medicine) 이외에도 동아시아 지역 다른 나라 의학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한국의학(Korean medicine), 일본의학(Japanese medicine) 등을 아우르는 복수 표현인 ‘traditions’라고 통칭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동양의학을 전공하는 서양인의 관점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융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리고 한의학의 발전가능성을 고려하였을 때, 서양의학과 비교하여 한의학이 갖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누구든지 자신에게 없는, 다른 것을 더 원하고 추구하게 마련이다. 서양의학도 대체의학이라는 분야를 만들었지 않았는가. 그러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준비단계로서 필수적인 것은, 동양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이다.
현재로서 두 의학을 융합하려는 시도 자체보다는 두 의학에 대한 각각의 조사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두 의학의 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한의학은 분명 서양의학과 비교했을 때 갖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은 알러지 계통 질병과 여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서양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알러지를 치료하지 못하는 한의사는 한의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계속>

정리 = 이예슬(경희대 한의대 예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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