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커 샤이드 교수와의 대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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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샤이드 교수와의 대화①
  • 승인 2008.11.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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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식 교육과 대학교육 병행이 최적의 방법”
한문의서 읽고 여러 사람과 토론 통해 피드백 해야

본지 강연석 사무총장은 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15일 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 한의학국제박람회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독일출신의 폴커 샤이드 교수와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경희한의대 차웅석 교수(의사학교실)와 노덕희, 신예슬, 우지명, 이예슬(이상 한의예 2년) 등 네 명의 학생들이 함께 자리하였다. 여러 사람들의 토론내용을 이예슬 학생이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기고하였고, 5일간 각종 학술대회의 통역을 맡았던 신예슬 학생이 소감을 보내와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은행잎의 노란 빛깔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 유난히 선명해 보이던 지난 11월 11일, 차 교수님과 함께 Volker Scheid의 저서인 『Chi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를 번역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날 입국한 샤이드 교수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3시간여 동안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Q. 같은 전통의학을 시술하는 것이지만, 동양과 서양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중국과 영국에서 시술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을 든다면 무엇인가?

A.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점은 의사와 환자들의 질병을 보는 관점이다. 중국인은 아픈 곳을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와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때, 자신의 몸이 느끼는 것을 이야기한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병원에 오면 본인의 증상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다. 예를 들면 중국과 영국의 중년 여성들을 보자. 중국 여성은 마지막으로 월경을 한 시기가 언제인지, 그리고 그 양과 기간, 형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한다. 반면에 영국의 여성은 어지럽다거나 우울하다는 등의 증상을 말하는 것에는 능숙하지만, 지난 월경일이 언제였는지 그 양은 얼마나 되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수첩을 꺼내서 확인해야 하거나 또는 대답을 못하곤 한다. 또 의사들 역시 환자들의 몸에서 느끼는 현상에는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묻지도 않을 뿐 아니라 환자들이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Q. 굉장히 중요한 점인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달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 차이점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아마도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奔豚氣(아랫배에서 가슴으로 돌고래가 치받는 느낌)’라는 병명을 보라. 환자들이 몸 안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한 설명에 맞는 변증과 치료법이 존재한다. 반면에 서양의학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표현하는 용어가 없고, 환자들이 이러이러한 느낌을 호소하더라도 의사들이 그들의 표현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바로 검사를 한다. 한국에도 가슴에서 기운이 막힌다는 표현이 있는가? 서양에는 자신의 그러한 몸상태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말보다는, “춥다”, “어지럽다” 등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는 단어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그 문화권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그래서 이런 차이점이 생기는 듯하다.

Q.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한의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전문용어뿐만 아니라 한의학의 바탕에 있는 철학이나 방법론 자체가 서양의학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생을 교육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나 역시도 지금도 이 문제를 끊임없이 극복해가려고 하는 중이다. 전통 중의학은 도제 형식의 기술전수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단점이 있는데, 자신의 스승의 성향에 따라 편협한 의학지식만을 습득하기 쉽다는 것이다. 청대에 섭계(葉桂)만 해도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17명의 스승을 모시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는 도제식 교육과 대학에 기반을 둔 공공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첫 번째로 의서를 읽고, 두 번째로는 계속해서 질의응답을 해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육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양방향 피드백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읽어야 되는 것은 영어로 표현되거나 현대의 글과 말로 번역된 것이 아닌 한문으로 된 옛 의서를 읽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전통의학이 현대에 들어서 직면한 많은 문제가 의서를 읽는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해서 일어났다. 학생들이 직접 의서를 읽고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연습을 통해서 한의학의 철학적 바탕과 여러 가지 학설에 대해 알게 되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인체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계속>


□ Volker Scheid 약력 □

* 독일 태생, Oxford 대학에서 사회심리학을 공부하였고, Cambridge 대학에서 의료인류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음.
* 유럽에서 중의학을 배우고 청대 이후 최근까지의 중의학에 대해 연구하여 『Chi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Duke UP, 2002)와 『Currents of Tradition : Chinese Medicine 1626~2006』(Eastland Press, 2007)라는 두 권의 책을 저술.
* 현재 Westminster 대학의 the School of Integrated Health 연구실의 senior research fellow로 재직 중.
* IASTAM(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raditional Asian Medicines)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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