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한미래포럼에 대한 의견과 소감 - 권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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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한미래포럼에 대한 의견과 소감 - 권영규
  • 승인 2006.11.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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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잘못된 전략에서 교훈 얻어야
한의사 면허범위의 제한이 ‘과학화’ 갈등 원인

다음 글은 지난 10월 23일 있었던 한의학미래포럼 제4차 토론회의 주제(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대구한의대 권영규 교수의 의견과 소감입니다. <편집자 주>

‘현대의학’에는 현대의 모든 의학이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의학=서양의학=첨단(과학적)의학으로, 한의학은 이에 대비하여 전통의학=한(방)의학=철학(비과학적)의학으로 도식화되고 있다.
이번 포럼의 논의도 한의학의 과학화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 주제도 서양의학이 과학적인데 반하여 한의학은 비과학적(혹은 반과학, 전과학이라고 하여도 별반 차이가 없다)이므로 과학적으로 발전 혹은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안타깝지만, 국악을 음악화해야 한다거나, 동양화를 서양화해야 한다거나와 같은 문화적 차이의 문제와 같은 맥락이지만, 의학은 생명을 대상으로 하므로 문화적 선택과는 구별된다.
흔히 이 문제는 과학철학이나 의학철학의 연구대상이 되지만, 학문적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한의학을 둘러 싼 최근의 심각한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보험청구를 위한 병명도입 혹은 변증통일의 문제, 한의계 임상에서의 환자통계를 통한 객관적 근거마련, 한의사들의 진단객관화 등은 이러한 과학철학이란 거창한 논의없이도 가능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오늘 발제자가 제시한 ‘과학의 조건’도 ‘경험과학’, ‘체계성’, ‘보편성 및 객관성’은 ‘검증가능성’이나 ‘반증가능성’에 대한 논의보다 우선되어야 하고, 한의학도 앞의 세 가지 조건은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한의계가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과학화에 대한) 갈등의 근본 원인에는 바로 한의사의 면허범위가 양의사면허와 배타적 권리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즉,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는 이미 과학적인 도구나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게끔 제한됨으로써 전통적 방법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치료를 위한 전제가 되는 진단에 있어서, 과학적(서양의학적) 진단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통계자료라 할지라도 한의학의 변증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과학적(서양의학적) 잣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진단이 잘못되었다’는 한마디로 부정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치료에 있어서도 ‘한약’을 이용한 치료가 비록 안전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경제성이나 유효성에 있어서 ‘양약’에 대비하여 우월적이지 않으면 한의계의 시장은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한약’이 치료를 위하여 전문지식이 개입되는 ‘약’인 이상, 미국시장의 기능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과 달리 한의사의 진단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 전제가 객관적이기를 요구받거나 객관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요구이자 우리 한의계의 책무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 한의사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이기 때문에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병’에 대응하여 (병명에 증명을 연결시키던 증명을 진단명으로 하던 상관없이) 진단을 내려야 하며, 식품과 달리 안전성 뿐 만아니라 (양약에 비하여 효과가 뛰어나던 뒤떨어지던 상관없이) 유효성에 대한 객관적인 임상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측면에서 한의학의 가치를 서양의학에 대응시켜 비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70년대 한의학의 논문이 양약의 진통제를 처치한 대조군에 비하여 한약을 투여한 실험군도 진통효과가 있더라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한약이 양약처럼 약이기 위하여서는 양약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근거를 만들려고 하였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한의학에 비하여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의학이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그리고 현대의학에 비교하여 (보완대체의학 혹은 한의학도 포함될 수 있는) 전통의학이 현대에 있어서 왜,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 지적한 의견을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한 ‘THE RISE & FALL MODERN MEDICINE(국내에서 2005년 ‘현대의학의 역사’로 번역 소개됨)’ 책에서는 광범위한 자료를 근거로 현대의학이 이미 70년대부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르 파누(James Le Fanu)는 의사이면서 의학 칼럼니스트인데, 쇠퇴의 이유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먼저, 왠만한 질병의 고통은 해소되었고, 유아사망률이 최소화 되고 장수시대에 의학의 역할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현대인의 대부분 질병이 평균 수명연장에 따른 노화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질병이므로 더 이상의 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연과 행운에 의존하였던 새로운 항생물질이나 화학물질의 발견가능성은 현저히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학연구 자체가 해결 가능한 문제를 다루는 기술의 성격이 강하므로 여전히 미스터리인 병은 해결가능한 지 아닌 지에 대한 판단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쇠퇴에 대한 잘못된 전략 때문에 환자들은 현대의학과 의사를 점점 더 외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환자로부터 존경받는 의사는 한의사건 양의사건 모든 의학이 불완전한 학문일 뿐 아니라 의사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므로 단지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치료하는 과정에 함께 동참하여 도와주는 역할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의사인 것 같다.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잘하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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