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12] 衛生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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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12] 衛生錄
  • 승인 2006.11.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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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안녕 추구한 양생학자, 安鼎福

조선의 대표적 역사가이자 실학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인 順庵 安鼎福(1712~1791), 그의 문집인 『順庵先生文集』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양생서 하나가 등장한다. 물론 사대부의 문집인지라 원서의 내용은 다 들어있지 않고 다만 그가 지은 跋文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당대 조선의 士族들이 갖고 있었던 의학관과 건강이나 위생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李瀷(1681~1763)의 제자로 星湖學派의 대표주자답게 그의 문장은 여느 서문처럼 고식적이지 않고 유려해서 눈여겨 볼만하다. 여러 마디 군더더기 말을 늘어놓느니 원문을 그대로 옮겨 보기로 하자.

“和氏의 璧玉은 천하의 으뜸가는 보배이다. 그렇지만 내 손가락 하나와 바꿀 수 없으니, 이것은 내 손가락을 아끼는 마음이 구슬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千金 같은 몸’이라고 말하는데, 천금은 값비싼 것이므로 귀중한 물건을 들어 비유한 것일 뿐이지 내 몸이 천금 값만 나간다는 것은 아니다.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이와 같으니 어찌 衛生의 방도를 강구하지 않겠는가.”라고 건강과 위생의 중요성에 대해 전제하였다.
이어 그가 이 책을 얻어 읽고 글을 쓰게 된 사연이 적혀 있다.

“永年이 이 책을 가지고 있은 지가 오래 전부터였다. 그는 젊어서 곧잘 병을 앓고는 했는데 이윽고 나았다. 癸酉년(1753년)에 내가 血症을 앓았는데 喪을 당한 이후로 병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자 그가 이 책을 가지고 와서 ‘내가 병이 많았던 것은 그대도 아는 바요, 이 책으로 인해 병이 나은 것도 그대가 아는 바이다. 의원에게 약을 지어 복용하는 것(刀圭和劑)은 외부에 의뢰하는 것이니, 어찌 내 몸 안에 있는 것에다 힘을 쏟지 않는 것인가.’하므로, 감격하여 받았다. 다만 궁벽한 산골에서 쇠약한 몸을 끌어안고 있자니 모든 의욕이 다 식어 버려 …… (중략) …… 이제 책을 돌려주는 마당에 끝내 한마디 말도 없으면 이는 책을 보내준 벗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 永年이란 안정복의 벗, 鄭壽延을 말한다. 영년은 그의 字로 이름이나 자가 모두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들어 있어 이채롭다. 두 사람은 학문의 길을 같이하면서 서로 건강을 염려해 주는 知己였으며, 『순암선생문집』에는 그에게 보낸 3편의 편지글이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건강유지와 심신수련을 위해 양생과 복식에 힘을 쏟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문의 내용은 자세히 전하지 않으나 다음과 같은 말 속에서 대충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살펴보건대 治心, 養性, 鍊形, 導氣의 술법에 지극하다. 그러나 일찍이 어떤 사람에게 들으니, ‘衛生하는 방도는 비록 안으로 그 술법을 다할지라도 外患이 다가오는 것을 防備해야 한다. 그래야만 양쪽 모두 온전할 수 있는 것이다. 單豹는 속을 다스렸지만 범이 그 몸을 잡아먹었고, 혜康은 養生을 했지만 마침내 世禍에 휩싸여 죽었다. 그러므로 군자는 居處하는 바를 삼가고 사람 사귀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위의 두 사람은 안에만 힘을 쏟고 몸 밖의 일은 소홀히 하였기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니, 이것이 과연 양생의 도리를 얻었다고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내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새겨둔 지 오래이다. 이제 그 사람의 말을 빌려 이 책의 뒤에 덧붙여 보충하는 것이다.”

여기서 單豹는 『莊子』 達生편에 나오는 인물로 세속을 멀리하여 깊은 산속에 살면서 물만 마시고 수양하여, 나이 70세에도 얼굴이 어린아이와 같았는데,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고 한다. 또 혜康은 晉나라 사람인데 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老莊을 좋아하여 『養生篇』을 지었다는 인물이다. 故事 속에 등장하는 양생가들이 육신을 단련하는데 성공하였으나 虎患과 같은 外患이나 세속의 處世에 실패하여 비명횡사했다는 경고가 담겨져 있다. 이글은 1756년(丙子)에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이다. 시간을 뛰어넘어선 지금에 이르러서도 심신수양 뿐만 아니라 卜居와 處世가 아우러진 진정한 의미에서의 양생의 가치와 건강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보게 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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