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美術과 歷史 사이에서(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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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美術과 歷史 사이에서(증보판)
  • 승인 2006.10.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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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미술사학의 탐구법

인문학의 고민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심각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한 문화의 지식기반을 이루고 있는 기초과학으로서 능력도 문제이겠지만, 스스로 문화이탈을 주도하고 있는 기존 학계의 개방성 결여와 이차적 생산성 있는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함에 내재되고 있었던 문제다. 이 같은 고민은 한의학의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고리를 같이 하고 있음에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눈여겨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과학의 범주에 있는 미술사학은 여기에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그것은 문헌자료보다는 작품 자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성격이 다른 독자성을 띠고 있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여기서 저자인 강우방(姜友邦)이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그것은 바로 추체험(追體驗)이다. 미술사학을 역사학의 일부로 이해하고 역사학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역사적 자료를 기본으로 해서 작품의 본질, 그리고 예술가의 내면적인 변화 등을 작품을 통해 근본적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것을 본령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역사학 연구에서 사료비판이라는 중요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어 누구에게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나오는 과학적(科學的) 방법, 둘째로, 어떤 객관적 사실이 있을 때 다시 한 번 의문을 내고 사색하고 의미와 상징을 추구하여 해석을 시도하는 철학적(哲學的) 방법, 셋째로, 개인적인 면이 강하긴 하지만 체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신비적(神秘的) 방법이다.

이상의 세 가지는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며, 체험의 바탕 위에 논증과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통일신라시대의 미술사학적 접근을 통해, 진정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저자는 현장감 있게 전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의학은 꾸준한 체험과 고증을 해온 바 있으며, 그동안 여러 학자들에 의해 현대적 가치를 높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면은 역사학적 접근을 소홀히 함으로써,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얼마나 많았었나를 생각해 볼 일이다.

예를 들면, 『동의보감』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보다 충분히 하여 그 시대에 그것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계승해 나가야 할지 뚜렷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동의보감』의 출현이후 현대까지 등장했던 많은 의서들의 고심이 어디에 있었던지 추찰(推察)하여 미래의 한의학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저자인 허준(許浚)에 대한 충실한 고찰을 통해서 허준평전(許浚評傳)이 쓰여 진다면 더 이상 소설이나 영상드라마 같은 것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실존하는 역사를 통해서 현대와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후손에 물려줌이 옳지 않겠는가!

학생 때부터 경주에 매력을 느껴 그동안 스무 번 이상 다녀온 필자로서도 역사를 통해서 경주를 이해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이제라도 경주를 통해서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안도감이 가슴 한 곁에 생긴다. <값 2만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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