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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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8)
  • 승인 2006.10.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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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족의 의학(4) - 여러 갈래의 의학적 전통

■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오늘날 먀오족(묘족)의 생활무대는 꽤 넓은 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먀오족 사람들은 꾸이저우(貴州)에 살고 있지만, 윈난성의 여러 지역에서도 그들의 삶터가 널려 있다. 따라서 먀오족의 생활문화도 그들의 삶터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들의 삶터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소수민족의 갈래에 따라 그 다양성의 특성들이 나타나기에 그 다양성이 결코 각 지역 사람들의 임의적인 변이에 따른 것이라 하기도 어렵다.

이들의 삶이 이처럼 다양하게 형성된 역사적 배경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들의 삶터가 형성된 시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삶터의 역사는 이미 2천년이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런 다양성을 떠나 먀오족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고, 이런 사정은 의학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먀오족의 의학적 전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래된 각 지역 먀오족의 역사적 전통과 맞물리고, 그들 민족의 뿌리깊고 풍부한 의학적 바탕과 어울린 결과, 먀오족의 의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살펴 본 그들의 의학은 윈난성 동부지역과 꾸이저우의 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 먀오족의 것이다. 즉 먀오족 의학의 골간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곧 먀오족 의학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아리산 먀오족의 의학

그렇다면 먀오족의 의학 가운데 이런 전통과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윈난성의 서쪽에 살고 있는 먀오족의 의학이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 아리산 먀오족의 의학적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먀오족 의학의 창조적 적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리산 먀오족이란 오늘날 따리(大理)의 남쪽인 난지엔(南澗) 일대에 살고 있는 고산지대의 먀오족을 가리킨다. 그들의 삶터는 고산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대엽종 차엽의 주요한 산지이며, 또한 이족 및 백족의 삶터와 붙어 있어서 그들의 영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즉 그들의 삶터는 봉황타차(鳳凰타茶)의 고향이며, 그 동쪽으로 이족과 이웃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백족과 이웃을 삼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의학에는 차의 음용법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또 이족 의학의 기운중심론 및 백족의학의 실용성 최고주의가 담겨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약재와 차엽의 변증일 것인데, 그런 변증의 체계는 무려 70여 가지가 넘는다.
‘천년의 의사, 만년의 의학’이라는 말처럼 먀오족의 약학은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나 약재의 운용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서로 다른 약재를 변증하여 사용할 때마다 늘 부작용과 효과의 감소를 고려해야 하는 탓이다. 따라서 약재를 사용하는 이의 하나같은 고민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아리산 먀오족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터에서 나는 차라는 재료를 십분 활용했다. 그들은 차라는 물질이 어떤 약재와 결합되어도 그 약재의 효과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효과를 극대화시킬 뿐 아니라 부작용은 최소화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 훈증과 약성추출

먀오족의 의학, 특히 아리산 먀오족의 의약은 오래전부터 현대적 의학과 닮은 점이 있었다. 약재를 훈증하여 그 독성을 제거하는 방식도 그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보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그 이웃인 백족의 약재 제조방식에 영향을 받은 약성추출법이다.
차를 직접적으로 약재로 쓸 경우 차의 성분을 소량 추출하여 그 액체를 복용했는데, 먀오족은 이 방법을 비교적 넓은 영역에서 적용했다. 도라지에서 그 약성 액체를 추출하여 원기회복제로 쓰거나 토란에서 액체를 추출하여 심장강화제로 쓰는 등은 현대적 의약과 매우 비슷하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약재를 분해하여 그 가루를 냈으며, 그 가루를 다시 추출된 액체와 결합하여 약재로 쓰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차엽에서 추출한 ‘차고’(茶膏)와 배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따라서 먀오족의 의약에는 처음부터 약재의 필요한 분량과 중량을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아리산 먀오족은 일찍부터 각 약재 사이의 대응관계를 무게나 분량대비로 이해하는 이론이 성립되었고, 이것은 그들의 의약을 오늘날 중국 전통 의약의 대표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먀오족의 의약은 다른 중요한 요소들에 의해 더 많은 소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소개들을 위해 그들의 오래된 문헌도 함께 소개가 되어야 하며, 그들 민족의 명의에 대해서도 소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음에 나눌 주제를 삼아야 할 것이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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