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09] 察病要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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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09] 察病要訣
  • 승인 2006.10.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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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원인을 살피는 지름길

의원들이 임상에서 익히 알아두고 응용할 만한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요령을 알기 쉽게 요약하여 엮은 책이다. 본문은 시구나 요지만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읽어 넘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나 암송하거나 궁금한 부분을 재빨리 찾아보기에 간편하게 되어 있다. 전문은 80여 쪽에 불과해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조선후기 많은 사람들의 애호를 받았던지 전해져오는 사본류가 제법 많은 편이다. 현전 판본 중 가장 내용이 완정한 것으로는 대구 在田堂書포에서 1930년에 발행한 신식연활자본이 있고 그 후 발행시기가 밝혀져 있지 않는 石印本도 있지만 이 책의 원작자나 원저의 출처를 가늠하기 어렵다.

연활자본의 서문에는 庚午年이라고 작성시기가 밝혀져 있는데, 金璂鴻이 새로 책을 펴내면서 동시에 서문을 붙여놓았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서명 아래 ‘附五行流注鍼灸累驗神方’이라고 되어 있어 원래 예부터 전해지던 찰병요결 원문 아래 사암오행침법과 경험방을 증보하여 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서문에서『황제내경』의 말을 빌려 “병을 치료하는데 반드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으며, 또한 “해당 부위와 경계를 살펴보면 병의 근본과 시작을 알 수 있다”고 천명하였다.

전문은 맨 처음 찰병요결로부터 시작하여 全身部分錄, 十二經屬病, 五行流注, 崔氏四花穴, 騎竹馬穴, 十二經補瀉穴, 天地運氣, 鬱, 奇門時法 등 상당히 독자적인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맨 마지막은 累驗要方이 실려 있는데, 저자의 경험방 혹은 변용하여 창안한 처방이 다수 들어 있다. 예컨대, 加味調經湯은 불임증에 사용하는데, 7첩만 쓰는 것으로 기술해 놓아 저자의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또 甘桔湯烏梅散은 天疱瘡을 다스리는데 鼻瘡이 입으로 통하여 구멍이 드러난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두 가지 방제를 합하고 俗方을 겸용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또 乳腫에 쓰는 眉秀散이나 홍진을 치료하는 化毒湯에는 ‘二貼卽差’, 또는 ‘二貼卽解’라는 해설이 달려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처방명이 색다른 것도 더러 보이는데, 失笑殿胞飮은 산후복통에 사용하며, 百年咳消一朝散은 말그대로 고질적인 해수병을 하루아침에 낫게 해 줄 것만 같다. 또 三生丸은 狂癎諸症에 통용하는 환약처방인데 생반하와 생남성, 생천오가 들어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腎虛로 오는 寒疝症과 음낭에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돌면서 가렵거나 여자의 玉臼가 가려운 경우에 사용하는 溫泉湯은 실제 온천욕을 하거나 씻는 방법이 아니고 내복하는 방제이다. 千金不易散은 얼굴에 난 종기에 바르는 약인데 환부를 살짝 긁어내고 약가루를 사람 젖에 개어 바르면 울퉁불퉁해진 피부의 상처를 없애고 매끄럽게 해준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실제 약효는 어떠했던 간에 당시 이미 미용에 매달리는 환자층이 제법 많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하튼 이 책의 백미는 첫머리에 등장하는 찰병요결인데 예를 들면 “手足麻痺, 風與寒濕, 足膝寒冷, 命門火虛, ……”라는 식으로 병증과 원인을 맞대응하여 알기 쉽게 정리하였고 ‘心出血, 肝納血, 肺出氣, 腎納氣’와 같이 간결하게 압축하여 표현해 놓았다. 한편 어떤 곳에서는 “夢泄이 비록 相火로 일어난 것이라 하지만 鬱에 속한 것도 있다.”고 하는가 하면 “좌우 견비통은 濕痰이 中焦에 머물러 위로 흘러넘친 까닭이니 中脘에 침을 놓는 것이 최상이다.”라고 하는 등 분량은 10여 쪽에 불과하나 눈여겨 볼 점이 많다.

全身部分錄은 인체의 각 부위별 오장 소속을 분간한 것으로 ‘瞳人屬腎, 睛靑屬肝, ……’으로부터 시작하는데 환자를 망진할 때 어디부터 살펴야할지를 무언중에 설파하고 있다. 또 복부에서는 臍를 중심으로 臍上은 心, 臍中은 대장, 臍下는 소장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 민간에서 활동하던 業醫들의 진단, 치법, 침구 등 임증 요강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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