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07] 廣濟秘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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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07] 廣濟秘要
  • 승인 2006.09.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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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갈고닦은 議藥廳 의론집

연전에 이 자리를 통해 처음 소개했던 『谷靑冗語』(제185회 議藥同參 儒醫先生의 醫街情談, 2004년 1월 12일자)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순조 때 議藥同參廳 의관으로 활약한 李顯養(1783~1852)의 문집으로 일명 『谷靑私藁』라고도 불린다. 당시 후손이 직접 필사 초고본과 족보자료 등속을 들고 와서 연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간 이 코너를 비롯해서 관련 보도와 해제가 이루어졌고 안산 이씨 가문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의원가문의 세습성과 의관 활동에 대한 논고가 발표된 바 있지만 정작 이현양의 행적에 관한 원천자료라 할 수 있는 문집에 대한 연구와 국역은 의도와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것은 이 자료가 간행물이 아닌 개인 혹은 집안의 家乘자료인 자료적 한계에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미 잘 알려진 역사인물의 저술이 아니고선 지속적인 연구를 보장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초역이 완료되고 교정과 주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 담겨진 내용의 역사적 가치와 한의학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전문이 공개되는 대로 평가받을 일이지만 우선 반가운 마음에 그 내용의 일부라도 소개하고픈 심정에서 이 글을 준비하였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그의 醫學專著에 대해서이다.
문집 속에는 이와 관련하여 3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우선 「廣濟秘要辨論引」과「源病機要引」, 그리고 「本草精義序」이다. 세 편의 글 속에 담긴 내용을 종합해 보면 그가 지었다는 책의 골간과 의의, 그리고 집필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다.

1810년(순조10)에 지은 「廣濟秘要辨論引」에는 2년 전인 1808년에 부친상을 당한 후 생전에 부친에게서 가르침을 받던 李相殷이라는 의학도를 위해 문답을 정리하여 변론했다고 밝혀 놓았다.
또 다른 글에서도 당대 저자와 교유하거나 같이 수학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의원들의 교육과 傳習이 학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세습성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바로 이어진 논설 「源病機要引」에서 자신이 의학을 공부해온 과정을 피력해 놓았다.
그는 1799년부터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우선 황제소문과 영추, 난경, 中藏經, 상한금궤, 천금방 등을 읽었으나 망막하기만 하였고 李東垣의 蘭室秘藏, 비위론, 단계심법, 하간전서, 花谿正傳(虞단의 『醫學正傳』), 인재직지, 玉機微義 등을 여러 해 곱씹었으나 요령을 터득치 못하다가 健齋入門(『醫學入門』을 말함)을 연구해 보고서야 상당한 이해를 이룩하여 10년만인 1809년부터 의업을 행하기 시작했다고 술회하였다.

또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1819년에 이르러서야 입문과 보감, ‘공氏의 책’(공信과 공廷賢이 지은 『古今醫鑑』, 『萬病回春』과 같은 책들)을 절충하여 이 책을 지었다고 하였으니 공부를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어 1826년에 쓴「本草精義序」에도 이 같은 과정이 함축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아울러 자신이 집필한 책의 대강이 밝혀져 있다.

辨論, 經脈注疏, 奇經八脈, 臟腑, 補瀉機要, 至玄經, 察色括要, 脈訣括要, 用藥機要, 湯液括要 10편이 그것인데, 이후 入門을 참고하여 源病機要를 덧붙였고 瀕湖의 약성에 준거하여 本草精義를 더하여 12편을 이루었다고 하였다.
그 후 1832년에 쓴 「奉呈李大雅書六橋」에서는 1권에는 범례, 목록, 변론이 들어있고 5권에는 머리말(弁語)과 引이 있어 이 책의 의도를 살필 수 있으며, 2권에서 4권까지가 본편이라고 하였다.
결국 그의 의학론과 임상경험이 담긴 主著 『광제비요』는 30여년에 걸친 학술연구와 의학경험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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