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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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3)
  • 승인 2006.08.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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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의 의학(5) - 세계인의 보물, 『옥룡본초』

■ 안개 속의 명의 호벅[和卜]의 『옥룡본초』

『옥룡본초』(玉龍本草)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책이지만, 그 가치로는 세계적인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의 가치를 일러 살아 있는 음악의 활화석이라 불리는 1,300여 년의 ‘나시고악’보다 더 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그 말이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15세기 초엽부터 중엽에 걸쳐 이 책을 지은 이는 ‘호벅’이라고 하는 나시족의 의사였다. 지은이는 한편 의술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 약재의 표준을 세워낸 사람인데, 이 과정에서 스스로 약초를 하나하나 맛보고 그 맛의 섬세한 차이를 분별해냈으며, 각 약재의 맛과 효능의 관계를 연구했고, 나아가 이를 임상에 적용했다.

허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문자로 기록하고 정리했다는 점이다. 『옥룡본초』는 바로 그 결과물인데, 이 기록물은 20세기 들어 1950년대까지 필사본의 형태로 나시족 의사들의 약학교과서 구실을 해왔다.
나시족의 토착 마을 가운데 하나인 바이사[白沙]마을에는 오늘날 명의로 알려진 호스슈[和士秀]라는 노인이 살고 있는데, 그의 명망도 사실 『옥룡본초』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그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평소 두 가지 주장을 했는데, 하나는 20세기 초 이 지역에 살았던 서양 식물학자 요셉 락의 식물연구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옥룡본초』의 필사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가 시엔커[宣科]의 추궁에 의해 거짓으로 밝혀졌고, 이제 그의 명성에는 큰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옥룡본초』라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학적 명성을 누리기에 넉넉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옥룡본초』는 아직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어떤 이가 그 필사본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것을 고증하기 위해 학자들이 찾아갔지만, 그 서적은 확인한 사람만 몇 남긴 채 이미 폐지가 되어 팔려버린 다음이었다. 그런 상황임에도 그 명성에는 조금도 깎임이 없다.

1952년 『옥룡본초』의 일부 도록이 발견되어 공개되었고, 1956년에는 그 가운데 다른 일부분이 나시족의 명절 행사에 출품된 적이 있었다.
또 1958년에는 그 일부를 촬영하여 책으로 내기도 했는데, 이때 펴낸 것도 겨우 875권뿐이어서 이 또한 희귀 도서의 하나가 되었고, 필자 또한 하루 밤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전부였다. 물론 오늘날 시중에 그 영인본의 영인본이라는 것이 돌고 있지만, 그것은 한 마디로 가짜이기 때문이다.

■ 위대한 보물

그렇지만 『옥룡본초』의 남겨진 일부분만 연구 대상으로 삼더라도 그것은 엄청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저술 과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것이 19세기 말엽의 저술이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1952년에 나온 일부분만 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이전의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이 책이 나시상형문자와 한자로 함께 기록된 것이라 하지만, 이 또한 증거가 부족하다. 복잡한 설명을 떠나 나시상형문자로 기록되었다면 오늘날 그것은 분명 쉽게 남아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지금 남아 있는 도록이 곧 『옥룡본초』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그 도록의 내용을 살펴보지 않아서인 바, 이 도록에는 늘 원 저작인 『옥룡본초』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원본을 틀림없이 보았을 사람들이 아직까지 증언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진귀한 328종의 의약표본

『옥룡본초』에는 328종(중복된 부분을 빼면 296종)의 의약표본이 남아 있는데, 이들 가운데는 아직까지 라틴어 학명조차 붙이지 못한 약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1958년 영인본을 낼 때에도 그 많은 학자들이 이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허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약초의 갈래와 종류에 대한 방대함이 아니다. 오늘날까지 확인되고 있는 나시의학의 약재가 542종이나 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방대함보다는 그것을 설명하고 있는 의학적 사고방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약재의 생장과 번식 및 채취 방식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뿐만 아니라, 그것의 맛과 효능 등을 이야기하는 약학 상식에 덧붙여, 각 약재가 약재다울 수 있는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지식을 떠나 이 설명은 그들의 드높은 의학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각 약초의 임상적 기록이 정연하게 설명된 부분과, 거기에 동원된 병증의 이해를 살펴보면, 오늘날 중의학에 큰 자극이 될 부분이 적지 않다.

또 약재의 맛을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함과 아울러 그 갈래를 일목요연하게 나눠놓았을 뿐 아니라, 맛과 효능의 대응관계에 대한 설명을 임상적으로 시도했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이것은 나아가 사물에 대한 인간의 미각과 각 사물의 성질 관계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 나시의학에서 진단의 한 갈래였을 뿐이라는 점도 주의할 부분이다. 그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환자를 진단했던 것일까?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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