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03] 山林經濟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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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03] 山林經濟③
  • 승인 2006.08.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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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村의 토산약초, 治藥方

모두 16편으로 이루어져있는 『산림경제』는 보통 4책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그 마지막 권에 해당하는 치약과 선택, 잡방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治藥은 약초, 選擇은 택일, 雜方은 생활상식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향촌 생활에서 꼭 필요한 지식 가운데 하나로 약초지식을 꼽을 수 있다. 치약편에는 약초의 품종과 성상, 재배, 제법, 용법으로부터 간단한 향약치료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각종 의서와 본초서, 양생서 등에서 채록하여 정리해 두었다. 여기에서는 胡麻, 白扁豆로부터 시작하여 특별한 분류체계 없이 약 176종의 약초를 다루었는데 이것은 향약본초와 『동의보감』탕액편 이후 가장 실용에 가깝게 정리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향약구급방』의 方中鄕藥目과 『향약채취월령』으로 이어져 내려온 향약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우리 의학사의 향약발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치약편의 첫 머리에 실려 있는 의미를 되새겨 보기로 하자.
“질병이 생기는 것은 사람마다 면할 수 없으므로 약이 없어서는 안 되며, 시골[鄕村]에서는 더더욱 간절한 것이다. 지방마다 나는 약재가 적지 않지만 나중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길러 간수해 두지 않고 병이 들어 약을 쓰게 되어서야 급작스레 찾게 되니, 이것은 7년 된 고질병에 3년 묵은 약쑥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고 저자는 그 취지를 밝혀놓았다.

선택편의 흥미로운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의원을 찾아 병 치료하기에 좋은 날로는 이른바 天醫日에는 좋고 朔望日을 꺼린다고 했다. 여러 가지 금기일 중에서도 특히 辛未日을 크게 꺼리는 이유는 그날이 바로 전설적인 명의 扁鵲이 죽은 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박한 고대의약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어 이채롭다. 또 이사하기 좋은 날, 出行하기 좋은 날로부터 아궁이, 곳간, 대문, 창고, 심지어는 뒷간을 짓거나 수리하기에 좋은 날을 가렸다. 나아가 도랑치고 우물파기에 좋은 날, 제방 쌓기에 좋은 날, 나무 베기에 좋은 날 등은 오늘날 보건위생학적 관점에서도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잡방편은 당시로선 주변에서 자주 쓰일 수 있는 생활상식을 정리해 둔 것으로 붓을 간직하는 법, 먹을 만드는 법, 종이 다듬는 법 등 지식인의 文房常識 뿐만 아니라 칼을 갈아 광을 내는 법, 기와와 돌을 붙이는 법, 피나 먹물, 기름때가 묻은 옷을 빠는 법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애로사항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李廷珪의 먹 만드는 방법이다. 오늘날에는 대부분 油煙먹을 쓰지만 전통먹이라 하면 松烟墨만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 적힌 방식에는 蘇木, 黃連, 杏仁 등속의 약재를 태워 그을음을 얻고 沈香, 龍腦, 麝香, 輕粉과 같은 약료를 넣고 갈아서 아교를 넣어 굳힌다. 그러니 먹 자체가 심신을 수양하는데 도움이 될 법한 좋은 약이 되지 않았겠는가? 중국의 골동시장에까지 쫓아가서 약용으로 쓸 오래 된 먹을 찾아 헤매던 어느 한의사의 심정을 다소 이해하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소 어처구니없는 내용도 들어 있다. 예컨대 노비가 도망할 마음이 없게 하는 법, 게다가 도망간 노비가 저절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도 소개하였다. 또 호랑이를 물리치는 법, 산에 들어가 도깨비를 물리치는 법, 피란할 때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법, 피난할 때 시장기를 면하는 법과 같이 遭難이나 橫厄을 당했을 때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지혜도 들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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