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던 장마가 끝나고 구름 없는 맑은 하늘은 반가운데, 아스팔트를 녹일 듯 작열하는 햇빛에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은 반갑잖은 폭염이 찾아왔다. 한밤중에도 식지 않는 열기에 잠 못 이룰 때, 영화 한편 어떨까?
이열치열이라고도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에 화염이 이글거리는 ‘분노의 역류’ 같은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터 바탕화면을 작년 겨울 눈썰매장에 찍은 사진으로 바꿨는데, 하얀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눈과 얼음을 볼 수 있는 DVD를 만나보자.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1. 투모로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엄청난 기상 이변으로 지구 북반구 전체에 빙하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의 재난 영화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영화로 볼거리는 많지만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머리가 띵할 만큼 무더운 여름에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태풍과 물난리로 자연의 두려움을 경험했기에, 온 세상이 얼어붙는다는 설정에 더욱 몰입이 된다. 투모로우 DVD는 ‘아이로봇’과 함께 2004년 20세기폭스사의 위상을 높여준 레퍼런스 타이틀로, 뉴욕시를 집어삼키는 해일과 헬기까지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강추위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