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영문명칭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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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영문명칭 어떻게 바꿀까?
  • 승인 2006.08.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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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과 다른, 의학 지위 나타내는 한의학 영문명칭 필요"


“전통의학, 특히 중의학 뒤편에서 매몰되고 있는 한의학의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한의학을 대변하는 이름이어야 한다.”
“한의사의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의사와 같은 포지션을 나타내는 한의학·한의사 명칭이 필요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28일 협회회관에서 한의학 영문 명칭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의 내용은 국제적으로 다른 전통의학과 양방의학의 명칭사이에서 한의학 명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한 국내에서는 의협과 영문명칭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한국 한의학 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전통의학을 장악하고 있는 중의학과의 차별성을 나타내는 한국한의학의 영문명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김장현 대한한의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 박종배 하버드 의대 교수는 ‘한의학 영문명칭 개정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영문명칭 변경안으로 Korean Medicine, Medicine, Traditional Korean Medicine을 제시했다.
박종배 교수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Oriental Medicine’의 최초로 사용된 문헌을 추적한 결과 ‘1992년 남만주의대의 학술지 ‘The Journal of Oriental Medicine' 의 제호로 사용됐으며, 여기서 남만주의대는 서양의학식 교육을 하는 학교로, 전통의학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일본이 제국주의 사상을 반영하여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Oriental Medicine’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은 문제“라면서, 아울러 “‘Oriental Medicine의 뜻이 지리적인 지칭 범위가 모호하고, 제국들의 식민지 사관을 싣는 용어로서 온전한 품격을 갖추지 못하며, 여러 서구 단체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계의 상표권으로서 역할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종황제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세워 오늘날 대한민국의 씨앗을 뿌린 것처럼, 한국 한의계도 호연지기로 한의학의 명칭을 바로 세워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용석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박정운 한국외대 영어학과 교수, 구성태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채한 대구한의대 한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김용석 이사는 영문명칭 변경에 있어 “의사와 동등한 지위로서 한의사의 포지션을 나타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한의학을 알리기 위해 학술발표 및 해외 진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용 연구실장은 영문명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일제의 민족말살책에 의해 가장 탄압을 받은 것이 한글과 전통의학이었다. 하지만 한글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그 실용적 가치와 우수성 때문이다. 한의계에서는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일본의 자의적인 東洋論과 맞물려 있는 Oriental Medicine의 폐기는 옮은 접근이며, ‘Korean Traditional Medicine’는 근대와 대립되는 신비적 요법으로 오해될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 Korean Medicine 의 명칭 속에 한국의 양방의학, 그리고 통일시대를 대비한 사항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운 교수는 “Korean Medicine을 상정하고, 한의사는 doctor of Korean Medicine(약자로 KMD, DKM 모두 사용 가능)이 적절하다”고 지적하고 “Korean Medicine라고 사용할 때, 세계 사람들이 과연 이 언어가 지칭하는 한의학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학 본질이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성태 연구원은 “연구원에서는 Traditional Korean Medicine 으로의 변경안과, Oriental 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일지라도 50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서 이미 자체의 고유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자는 의견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채한 교수는 “세계의학은 현재 통합의학, 심신의학으로 가고 있다. 바로 한의학과 흡사하다. 또한 교육·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이렇게 양쪽의 의학을 공부하고, 제도권에 들어와 수준을 갖춘 의학이다”면서 “현재 중국의학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명칭에서 나아가 한국 한의학을 정확히 인식시킬 수 있는 한의학 명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논의에서 나타난 쟁점별로 어떤 의견들이 있었는지 요약한 것이다.
◇Oriental? Traditional?
기존에 사용했던 ‘Oriental’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였다. 반면에는 ‘Oriental’이 이미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져,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폐기에 반대하는 듯한 일부의 주장도 있었다.
“한의학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한의학 영문표현의 교체가 방법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Oriental Medicine도 한의학 전공자들이 어떻게 학문적으로 노력하느냐에 따라 국제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구성태)
그리고 ‘Traditional’의 경우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유하는 명칭이라는 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에 “전통의학이라는 것은 근대의 대립으로 신비적인 이미지를 갖는다”(박한용), “한의학은 현재에 시행되고 있는 의학이다. 언제까지 전통의학에 묶여있어야 하나”(김용석) 등의 의견이 있었다.

◇KM에 관하여:
TCM(중의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KM'은 ’한국 한의학‘ 으로 오히려 영역을 축소시킬 수 있다 vs 중의학 속 한의학 매몰 탈피한 한의학 정체성 나타내야
이미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전통의학의 기류 속에 중의학이 대세라면,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의 의견들은 대개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렸다. 그러한 뜻의 KM으로 갈 경우, 기존에 전혀 없었던 한국한의학의 인식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의학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전통의학의 상위 명칭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한국한의학 명칭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의학이라는 기본원리를 함께 사용하는 나라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용어 사용해야”(구성태)
“who에 의견조회를 통해 ‘한의학’ 명칭의 포괄적인 개념을 만들고, 그 개념에 들어가는 작은 개념의 한국한의학 명칭을 만들 수 있다(장인수·우석대 한의대/플로어)”

◇의협과의 문제
KM을 사용할 경우, 대한의사협회(Korean Medical Association)와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예견이 있어왔고, 이 자리에서도 의견이 나왔다.
“의학은 대체로 그냥 의학으로 불리울 뿐, 나라를 따로 써서 표기하지 않는다. 한의계에서 KM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존의 양방이 의학을 사용하는 것과 충돌된다고 생각되지 았는다”(박정운)
“일단 추진해보지도 않고, 양방쪽의 반대부터 생각할 필요는 없다”(박종배)
“시기적으로 한국한의학의 영문명칭을 변경하는 시기를 한참이나 놓쳤다. 정책적으로는 KM을 주장하고, 안되면 차선으로 TKM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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