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땅은 한의학의 생명이다(2·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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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땅은 한의학의 생명이다(2·끝)
  • 승인 2006.07.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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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한약은 땅에서 시작된다
한의계, 하나의 기업으로서 한약재 생산에 나서야

‘1만7002번’. 현재까지 발급된 한의사면허의 마지막 번호다. 한해에 약 800명의 신규면허자가 배출되는 것을 감안하면 2010년이면 2만번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사 1인당 인구비율은 1980년 1만2645명에서 2001년 3700명, 2005년 2920명으로 급격히 줄었고 2010년에는 24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에서는 한의사의 적정 수급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의료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표 참조>
특히 건강보험 급여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저조한 데도 총 급여액이 늘고 있다는 것은 한의계가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지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학에만 의존한 서양의학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위력을 지닌 약이 한의계에는 있기 때문이다.

■ 한약 수요 서서히 증가

1997년에 불어 닥친 IMF 파동부터 시작된 한방의료계의 불경기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양방의 한약 시비로 인해 탕약의 수요가 급속히 줄어 일부에서는 한약재 소비량이 매년 20% 정도씩 줄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한약 소비량이 크게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추측하는 것처럼 갑자기 줄지는 않았고 IMF사태가 매듭지어지고 나서부터는 서서히 소비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 유통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솔직한 답변이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한약재 재배 농가는 1990년 5만4천호에서 2004년 3만7천호로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22.8톤에서 44.77톤으로 96%, 경작면적은 9.2ha에서 11.6ha로 26% 증가했다.

식품으로 들어오는 양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불가능하지만 수입한약재 역시 우려할 만큼 줄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도 한약재 수입은 6천만 달러였고 2005년은 이보다 조금 증가한 6170만 달러 였다.
많은 수의 한의사가 과거보다 탕약의 투약이 줄었다고 느끼는 원인은 선두 그룹 한의원의 등장과 의료기관의 양극화 현상, 그리고 한의사 수의 자연 증가에 비해 탕약의 수요가 이를 쫓아가지 못해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약의 자유스러움이 최강점

한방의료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의료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요법에 대한 선호도와 웰빙 바람은 건강과 질병 치료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심어주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고, 천연약물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국민의료비 증가로 고민하고 있는 각국 보건정책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식품류 등 천연물 자체에 대한 소비 증가와 함께 천연물 약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건강이라는 테마를 놓고 땅에서 나온 생명을 도구로 하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전쟁에서 한의가 가장 유리한 것은 땅에서 나온 생명을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중성약이나, 일본의 한약제제와 같이 정형화 돼 있지 않은 자유스러움이 한약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유형의 천연물 신약이 나온다고 해도 이것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한의사가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의학의 우수한 능력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재료비 비율은 음식 값의 35% 정도로 잡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보통 음식점과 차별화한 고급 음식점은 재료비 비율이 훨씬 낮을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커피의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과 탕약에서 한약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해 보자. 고객들의 요구와 만족도 그리고 난이도를 비교할 때 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 한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명품

한약제제로 일본의 일반의약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쯔무라제약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4년 미국 미네소타대학부속병원과 협력해 계지복령환과 대건중탕에 대해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그리고 미국 FDA와 협의해 일본에서 판매중인 약 130종의 한방약 가운데 미국에서 판매 가능 품목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원료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바이타팜이 중국 산지에서 약재를 직접 재배해 유럽과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것과 같이 쯔무라제약도 1970년대부터 중국 6개의 재배지에 진출해 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방약 원료인 엑기스 분말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는 원료의 안정적 공급 이외에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시장에서 산 원료로는 명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업계의 새로운 문화를 이룬 풀무원 역시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비용 때문에 국내는 아니지만 중국에서 직접 재배를 하고 있다. 땅에서 나오는 생명을 재료로 하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체인 땅을 직접 가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제 한의계는 하나의 기업으로 변신해 한의학의 생명인 한약을 기르는 땅을 거두어들이고 가꾸어야 한다. 그 길만이 명품 한약을 만드는 길이다. 국민들이 한의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한약재로 된 건강상품과는 다른 ‘명품 한약’이다. <끝>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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