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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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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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怪物)보다는 가족을 택한 거물(巨物) 영화

어릴 적,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다룬 책들을 읽다보면 항상 네스호라는 곳에 사는 괴물 ‘네시’에 대한 사진과 함께 글이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다. 머리가 무척 작고, 목은 길며, 물 밑에 있는 몸뚱아리는 무척이나 클 것 같은 모습을 상상하면서 정말 괴물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는데 최근 들려오는 뉴스에 네시는 서커스단의 코끼리라는 의견이 나와서 실망을 금치 못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괴물을 보면서 나름대로 괴물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 영화에 괴물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괴물 영화가 이번에 처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변희봉)가 운영하는 한강매점에서 일하는 강두(송강호)는 한강 둔치로 배달을 나갔다가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사람들은 마냥 신기해하며 핸드폰, 디카로 정신없이 찍어대지만 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둔치 위로 올라와 사람들을 거침없이 깔아뭉개고, 무차별로 물어뜯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하는 한강변. 강두도 뒤늦게 딸 현서(고아성)를 데리고 정신없이 도망가지만 그만 현서의 손을 놓치게 되고, 괴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서를 낚아채 유유히 한강으로 사라진다. 그 후 현서의 장례식장에서 삼촌(박해일)과 고모(배두나)가 모이게 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현서에게 연락이 오면서 온 가족은 현서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 중에 50억이 괴물을 만드는데 들어간 영화 『괴물』은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반지의 제왕』 등으로 유명해진 CG 팀이 합세해서 만든 괴물의 모습은 그 어느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데 이유는 미군이 한강에 몰래 버린 폐수로 인해 생긴 괴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서울의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기발한 영화적 상상력과 사회의식을 함께 내포한 『괴물』은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한국 영화계의 괴물이 아닌 거물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꼭 알아야 되는 것은 괴물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와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괴물』은 어디까지나 우리 영화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우리의 정서가 들어 있고, 오히려 괴물보다는 괴물에 의해 가족을 잃은 가족을 중심에 놓고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슬픈 상황이거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터져주는 봉준호 감독의 특유의 유머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여하튼 엄청난 사전 예매율과 620개관 동시 개봉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개봉한 『괴물』이 또 한 번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기록을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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