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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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
  • 승인 2006.07.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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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영화의 발견

7월은 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으로 극장가에서는 성수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로 인해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들과 공포 영화들이 줄 지어 개봉 대기 중이다. 만약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극장에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집에서 비디오나 DVD 한 편 보는 것도 나름대로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아마 코미디와 오싹함이 같이 섞여 있는 영화라면 끈적끈적한 무더위와 엄청난 빗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년은 한국 영화사에 여러 가지 기록을 남긴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첫 번째로 『왕의 남자』가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 영화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면 두 번째로는 9억이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달콤, 살벌한 연인』이 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수익적인 면에서 초대박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가 40억 정도이기 때문에 『달콤, 살벌한 연인』은 정말 너무 조금 들어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보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많이 있지만 흥행면에서 이 영화처럼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소심한 성격의 대학 강사 황대우(박용우)는 아랫집으로 이사 온 지적이고 독특한 분위기의 여인 이미나(최강희)를 만나게 된다. 그 후 둘은 열정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지만 대우는 지적인 미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룸메이트와 어느 날 나타난 그녀의 옛 남자친구,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외출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온몸에 흙을 묻히고 오는 그녀를 보게 되면서 의심을 하게 되고, 갑작스럽게 드러난 미나의 정체에 대우는 갈등에 빠지게 된다.

이 영화의 성공을 점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시사회 이후 ‘재미있다’라는 입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결과적으로 제작비 대비 엄청난 관객몰이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영화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나오기도 하면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충격을 안겨 주기도 한 『달콤, 살벌한 연인』은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고, 톱스타가 등장해야 흥행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흥행의 법칙을 어느 정도 깨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라는 법칙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은 스릴러 영화의 대부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존경하면서 자신의 영화 속에 그의 잔재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극 중에 스릴이 녹아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기막힌 대사로 웃음을 주는 로맨틱 코미디에 맛깔스럽게 버무러진 스릴이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필름이 아닌 HD로 촬영한 영화로 영화 기술에서도 실험적인 작품이 되기도 한 『달콤, 살벌한 연인』은 한 편의 영화에 다양한 장르를 섞고 있으나 기존 장르의 공식과 관습을 약간씩 비틀면서 최대한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자 노력한다. 결말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매우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영화이며, 여러 면에서 한국 영화가 지향해야 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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