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01] 山林經濟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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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01] 山林經濟①
  • 승인 2006.07.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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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대의 생활과학

사대부로부터 초야의 선비에 이르기까지 식자층으로부터 가장 애호를 받았던 家庭必備書 가운데 하나로 이 책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주거와 농사, 축산, 화훼 등 가정사에 관한 생활지식 뿐만 아니라 섭생, 음식, 구황, 구급, 의약과 같이 건강의약상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정보가 망라되어 있는 가정상식백과전서라 할 수 있다.
너무나 이름난 책이기에 독자들로부터 왜 진즉 소개하지 않느냐는 애정 어린 요청이 있었지만 필자로선 오히려 성가에 걸 맞는 충실한 내용을 소개하고픈 심정에서 차일피일한 것이 늦어지게 된 주된 요인이었다.

오늘날 이 책의 저자가 流巖 洪萬選(1643~1715)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고 국역본도 널리 보급되어 있지만 이 모두가 근간의 연구성과에 힘입은 것으로 그간 판본이나 저자가 불확실하게 전본되어 오고 있었다.
『국역산림경제』의 해제에는 저자가 홍만선이라는 것이 엄밀한 논구에 의해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만 그가 이 책을 지었다는 것은 이미 朴能緖의 『歷代人鑑譜』 등에 명기되어 있다.

서문을 쓴 洪萬宗(1643~1725)은 저자의 종형으로 자가 于海, 호는 玄默子이며, 문학평론집이라 할 수 있는 『詩話叢林』, 『小華詩評』과 설화집 『蓂葉志諧』를 저술하였고 편저로 『歷代總目』을 지었다.
또 도가설에 심취하여 『旬五志』, 『海東異蹟』(289회/장생불사의 길을 걸은 도의들의 발자취-海東異蹟傳 참조)을 지었는데, 특히 「北窓先生傳」을 남겨 道醫들의 맥락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집안은 두루 顯職에 오른 명문가일 뿐만 아니라 저자의 할머니가 『동의보감』의 서문을 지은 月沙 李廷龜의 딸이라는 점도 무심히 보아 넘길 인연이 아니다.

전서는 4권4책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은 卜居, 攝生, 治農, 治圃, 種樹. 養花, 養蠶, 牧養, 治膳, 救急, 救荒, 벽瘟, 벽蟲, 治藥, 選擇, 雜方 등 전체 16부로 나눠져 있다.
서문에서는 治膳이 備膳으로 治藥은 理藥, 選擇은 涓吉로 되어 있어 여러 차례 수정 보완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책과 『고사촬요』가 훗날 徐有구가 『林園經濟志』를 집필하는데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데, 『임원경제지』도 내용을 16지로 나눈 것이 서로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현전하는 것은 모두 寫本인지라 이 책이 끝내 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三木榮은 자신의 소장본이 인출 직전의 板下本임을 주장하면서 刊本의 존재를 추정하기도 하였다.

실제 저자 사후 3년이 흐른 시점인 1718년에 지어진 홍만종의 서문에는 당시 전라관찰사(湖南伯)로 재직 중이던 재종손(宗人) 洪錫輔(1672~1729)가 이 책을 印出하려고 글을 부탁했다고 간행경위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卜居篇의 龍圖墅와 龜文園의 유래를 설명하는 李國美의 글이 1723년에 쓴 것이라 하니 결국 간행되지 못한 채 후인의 손에 의해 여러 차례 증보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만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벼슬길에서 시비곡절에 시달린 나머지 許筠(1569~1618)의 『閒情錄』을 읽고 영향을 받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록 은거하여 화초나 심고 물고기나 기르는 것이 산림의 경제라고 하였지만 서문에 인용한 시에 “草野에 묻혀 일없다 말지어다/내몸살피고 집안 돌볼 줄 아는 것도 큰일이라네”라고 노래한 구절이 본뜻에 가깝다 하겠다.
그가 오랫동안 지방의 목민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채록한 각 분야의 지식정보는 이 책의 전통과학기술서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음 호에서 여기에 담겨져 있는 의약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고 그 특성과 가치를 조명해 보기로 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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