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00] 食療撰要
상태바
[고의서산책300] 食療撰要
  • 승인 2006.07.14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세종임금의 消渴 약선

1487년(성종 18)에 右贊成 孫舜孝가 『食療撰要』를 바쳤는데, “이 책은 일찍이 醫員 全循義가 지은 것으로 손순효가 慶尙監司로 있을 적에 尙州에서 간행한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대략 이 문구로 보아 손순효가 引進한 상주판 『식료찬요』의 모본은 전순의가 지은 『食療纂要』일 것으로 추정된다.
『고사촬요』에 양양판과 상주판이 있다 하였는데, 두 가지 모두 실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근년에 새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각기 서로 약재명 표기가 달라 후대에 이종판본이 생겼거나 내용이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 212, 213회 食療纂要 참조)

손순효(1427~1497)는 호가 勿齋 혹은 七休居士라 하였으며, 1457년(세조 3) 문과에 급제했다. 그 후 사헌부 掌令, 형조참의, 도승지, 형조판서 등을 거쳐 대사헌을 역임하고 좌참찬에 이르렀다. 1485년 『창진집』을 지은 任元濬의 아들, 任士洪을 두둔하다가 경상도관찰사로 좌천되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우찬성이 되었으며, 이 무렵이 『食療撰要』를 撰進했던 시기로 그의 나이 환갑을 전후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새삼 없어진 책을 들먹이는 이유는 이 책의 원작자인 전순의가 世宗代에 典醫로 활약한 인물이고 그가 적어놓은 食治方을 세종임금이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종은 1397년(太祖 6년) 太宗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1450년 54세를 일기로 昇遐하였는데 在位期間은 32년 6개월이었다.
昭憲王后 沈氏와 여러 후궁 사이에 모두 18남4녀를 두었으며, 긴 재위기간에 비해서 그리 장수한 편은 못되었다. 세종의 질병에 관해서 『朝鮮王朝實錄』에만 무려 100회 가량의 기록이 나타나있어 그가 평생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세종은 어려서부터 肉食을 좋아하고 몸이 肥重하고 體軀가 건장했다고 한다.
결국 30전후의 젊은 나이에 이미 소갈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나이 35세인 1431년(世宗 13)의 기록에는 임금이 消渴病을 앓아 止渴시킬 약을 問議한 기록이 나와 있다.
또 43세 되던 1439년(世宗 21)에는 “내가 젊어서부터 …… 消渴症이 있어 열 서너 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나았다”라고 자신의 질병을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역시 같은 해 7월 4일의 기록에는 훨씬 더 구체적인 정황이 기술되어 있는데, “消渴病을 앓아서 하루에 앉아서 마시는 물이 어찌 한 동이만 되었겠는가. 내가 염려하기를, 만일 3년만 지나면 肌膚가 피곤하여질 것이라 하였더니, 지금 완쾌한 지가 2, 3년쯤 되었다”라고 하여 병증에 차도를 보인 것으로 술회하였다.

그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는 상세하지 않으나 앞서 1431년의 기록에는 醫員들이 “흰 장닭(白雄鷄), 누런 암꿩(黃雌雉), 양고기(羊肉)가 渴症을 멈추게 한다”고 하여 임금에게 이것을 강권한 내용이 보인다.
이러한 식이처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현존 『식료찬요』의 諸渴門에서 찾아볼 수 있다. 白雄鷄는 삶아서 양념을 넣고 국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는데, 『동의보감』에서는 白毛烏骨의 고기가 더욱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黃雌雉는 국역본에는 黃雌鷄로 되어 있고 『향약집성방』이나 『의방유취』에 모두 ‘黃雌계’로 되어 있다.

단순히 원문의 오자나 판독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계’는 원래 인도지방에서 나는 야생닭의 변종이라고 하니 품종이 다른 것을 꿩으로 대체한 것일까?
또 羊肉에 대해서 이 보다 더 원출전이라 할 수 있는 『의방유취』 消渴食治에 ‘治尿數而多者方’이 등장하는데, 羊肺 1벌을 국으로 끓여서 양고기와 소금 등을 조금 넣고 음식처럼 먹는데, 입맛대로 먹되 3벌 이상은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세종은 양고기가 本國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하여 사양하지만 이미 많이 번식되었기 때문에 약용으로 5, 6일에 1마리씩만 치료에 시험해 보자는 신하들의 권고에 따르기로 하였다. 세종시대의 향약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의 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