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양, 한방 영역 싸움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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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양, 한방 영역 싸움은 이제 그만...
  • 승인 2006.07.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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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방 영역 싸움은 이제 그만...
[시론] 중국, 일본은 협진체계 이미 완성 중

한의사는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등 첨단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

이와 관련 최근 서울고등법원 특별8부(최은수 부장판사)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길인의료재단이 “한방병원이 CT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서초구 보건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은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한방병원 CT 사용 자체에 대해서는 “한의사의 진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CT 사용을 사실상 불허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한방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별개의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기타 법령상 한의사의 CT 사용은 제한되고 있으므로 한의사의 CT 행위는 면허된 의료행위 이외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의료법상 설치, 등록하기 위해서는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자격이 있는 의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한방병원은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의사를 고용할 수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CT기기를 설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다만 “해당 한방병원이 CT 신고필증을 교부받아 사용했고 업무정지 외 CT 사용정지 및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었으므로 CT 행위 이외의 의료행위까지 정지하는 것은 재량의 범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길인의료재단의 3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 양방 의사의 침 시술 행위는 가능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도 “의사는 '한방 침술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환자들에게 침을 놓다 “면허된 분야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1개월15일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 엄 모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시술행위가 침과 전기 자극을 이용해 시행하는 IMS(근육 내 자극치료) 시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IMS는 시행 전 X레이와 CT 촬영 등 병변을 찾는 정밀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검사를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의 행위는 IMS가 아닌 한의학의 전통 침술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IMS 시술은 근육 단축으로 인해 단축된 근육을 연축시키기 위한 시술인데 원고의 시술 부위는 모두 한의학의 침술시 중요한 경혈 자리들로서 근육이 존재하는 부분이 아니라 표피여서 원고의 행위는 IMS 시술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지고 있는 양, 한방 간의 갈등은 사실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199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약분쟁’은 조제약을 놓고 벌어진 양, 한방 간의 치열한 영역 싸움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감기약을 놓고 한방 측에서 환자 유치활동을 벌이자, 양방 측에서 “한약 복용시 주의하라”는 포스터를 제작, 전국에 배포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모습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웃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한의사’란 용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동서양 의학을 결합, 하나의 의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한의사’는 없고 ‘의사’만 존재할 뿐이다. 양측이 장점을 결합해 더욱 더 훌륭한 치료법을 내놓으면서 21세기 무한 의료경쟁시대를 맞아 의료산업을 첨단 산업으로 육성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 한방 양측에서 모두 협진을 할 경우 자신에게 손해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80년대부터 ‘의료일원화’를 선언하고서도 지금에 와서 양측 모두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의료일원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소송들은 양, 한방 관계자들이 과연 의료일원화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중일 3국 가운데 이웃 중국과 일본은 벌써 의료일원화를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유독 양, 한방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양의학을 배우러 의대에 들어간 학생이 한의학을 배우지 못하고, 한의학을 배우러 한의대에 들어간 학생이 양의학을 배우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고등학교까지 친구였던 학생들이 양, 한방대학을 들어가면서 원수가 되고, 일생을 싸우면서 지내도록 만드는 한국 특유의 교육제도 속에는 의료인들을 하나로 만들기보다는 분열시키려는 좋지 못한 의도가 다분히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무슨 전문적인 결론을 얻자는 것이 아니다. “현대 의학이 더 좋은지..., 양의학이 더 좋은지...” 결론을 얻자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양, 한방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노력을 합쳐 건강하게 살고, 국가적으로는 첨단 의료산업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CT의 원리를 창안한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J. 라돈이나 침술을 창안한 동양의 현인들이 지금 한국의 양, 한방 싸움을 상상이나 했겠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이언스 타임스 2006.7.11
/이강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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