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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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9)
  • 승인 2006.07.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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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족의 의학(1) - 몸의 평화를 추구하는 의술

■ 共存을 통한 平和

윈난성 리쟝[麗江]의 나시[納西]族도 다른 소수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적 전통을 지닌 민족이다.
《동파경》(東巴經)을 상징으로 하는 ‘동파문화’는 나시족의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오늘날 유네스코가 공인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상형문자로 기록되었으며 수천 년에서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축적되어 온 《동파경》에는 의약과 위생에 관한 문헌들도 실려 있는데, 그 양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 실린 내용만 살펴보더라도 그들의 의학적 사고를 알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밖에도 명나라 때 정리된 《옥룡본초》(玉龍本草) 등의 문헌도 그들의 의술을 살펴보는 좋은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그들의 생활과 역사 및 문화일 것이다. 그들의 의학도 그들 생활의 일부분이고 그들 역사에서 축적된 경험이며 그들 문화의 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것을 한마디로 ‘공존을 통한 평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결코 동양사상을 이야기하면서 추상적으로 평가하는 그런 차원의 내용이 아니다. 나시족의 그것은 너무나 실천적이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엄격한 생활의 강령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든 생활과 문화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것은 바로 수천 년 전에 일어났던 ‘흑백(黑白)대전’이라 불리는 내전이다.
리쟝에서 생활의 터전을 닦아가던 초창기에 나시족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黑나시족이고 하나는 白나시족이었는데, 흑백대전은 바로 이 두 갈래가 일으킨 끔찍한 내전이었다.

■ 黑白大戰과 평화의 약속

이 내전으로 말미암아 나시족은 승자와 패자를 떠나 종족이 전멸할 정도에 이르렀고, 이에 살아남은 두 갈래의 나시족은 함께 모여 철저한 반성을 통해 전쟁과 다툼을 ‘절대적 죄악’으로 선포하고 그 모임의 장소를 그들의 성지로 삼는 한편 평화를 지키겠다는 그 약속을 그들의 가장 높은 법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그 뒤 그들 민족의 약속은 단 한 번도 어김없이 지켜졌으며, 적의 침입을 받는 방어전쟁의 과정에서도 그 원칙을 지켰다.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가 45만의 대군을 몰아 리쟝고원을 덮칠 때에도 그들은 무기를 들지 않고 악기를 들고 평화의 음악을 연주하며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아 몽고의 군대의 무기에 피를 묻히지 않게 했다.

다른 모든 삶에서 그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자연과 공존을 했다. 사고방식과 종교적 의식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은 나뭇가지 하나도 함부로 꺾지 않았다. 이를 위반한 이에게는 팔을 꺾는 중벌을 내렸다. 어떤 종교도 힘으로 몰아내거나 배척하지 않았다. 자신의 종교와 아무리 달라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받아들이기에 너무 다른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을 확연하게 증명했다.

불교의 모든 종파와 기독교와 북방과 남방의 무속과 유교와 도교를 비롯한 모든 것을 받아들였으며, 그런 받아들임의 원칙을 그들의 종교로 삼았으니, 이것이 그들의 ‘동파교’이고, 이를 주재하는 이가 ‘동파’이며, 이 과정을 기록하고 그 다양성을 담아낸 문헌이 곧 《동파경》이다.
그 많은 다양성이 공존함에도 《동파경》에는 평화의 원칙이 일관되고 있다. 이런 일관됨은 그들의 의학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나시족의 의학이 지니는 특징이다.
물론 의학 특히 동양의학에는 모두 특징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지만, 나시족의 의학을 소개하면서 굳이 그런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다.

■ ‘찡’을 지키면서 ‘위’를 이루는 치료법

나시 의학은 각 개인이 자신에게 부여된 ‘자리’(‘찡’)를 지키면서 다른 개체(인간과 사물 모두)들과 어긋나지 않고 통일되어(‘위’) 있으면 병이 들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다른 갈래의 동양 의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병이 났을 경우에도 그 치료법은 철저하게 그 어긋남을 벗어나 통일됨을 되찾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이들의 원칙은 원칙에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이 원칙을 실천적 치료법으로 개발해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면 병이 생기는데,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잘 지내는 방법’을 치료법의 차원으로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료법으로서의 ‘잘 지내는 방법’은 개인 내부의 각 기관들이 그것에게 부여된 ‘찡’을 지키면서 ‘위’를 이루게 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약과 침과 사혈 등을 비롯한 구체적인 방법이 동원되는데, 그들은 그런 방법을 치료라 하지 않고 ‘잘 지내는 방법’을 치료라고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치료법이 아니라 치료법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나시족의 치료가 종교적이며 심리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원시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부터 소개할 나시족의 의학은 그것이 원시적인 게 아니라 문화적이며 과학적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에는 먼저 ‘찡’과 ‘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겠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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