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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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8)
  • 승인 2006.06.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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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족의 의학(7) - 사랑의 이름 ‘비마’ 의사

■ 비마는 존경의 이름

이족의 의학을 제대로 소개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경우 다른 소수 민족의 의학은 또 언제 이야기꺼리로 삼을 것인가? 아쉬움을 남기고 이제 이족의 의학에 대한 소개를 매듭지어야겠다.
이족의 의학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필자는 이족의 늙은 의사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성이 차(茶)씨이며 비마인 그는 대답했다.

“이족의 의학은 사람에 대한 존경입니다.”
그랬다. 이족의 의학은 이족의 공동체를 이끄는 정신적 지도자인 비마(比摩)들이 공동체의 성원들에게 나누는 사랑의 행위 가운데 하나였다.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 있으면 의학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이윤 동기에 의해 의학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 의학의 생리와 견주어보면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공동체 성원들에 대한 비마들의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각 성원들을 진정으로 존경하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말했다.

“존경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태양의 씨앗인데 그 누군들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랬다. 비마의 신분을 가진 그들에게 모든 사람의 몸은 곧 우주였다. 그들은 우주를 살피는 마음가짐으로 환자의 몸과 마음상태를 살피고, 그 살핌에 따라 몸의 질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무한한 우주가 그런 대상인 것처럼 그들은 환자의 몸을 살피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앞에서 소개해드린 이족의 의학인 셈이다.

■ 늘 관찰하는 의사

비마는 이족들의 공동체, 즉 산상공동체의 종교인이자 지성인이다. 그들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은 늘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환자가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음에도 의사인 비마가 어떤 성원을 불러 진찰을 하고 처방을 하기도 한다.
비마는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늘 천문을 살피고 지리를 헤아리는 일도 그들 비마의 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그들 공동체의 성원들도 모두 땅에 내려온 하늘이라 믿었으니, 그들이 어떠한가를 늘 살피는 것도 비마의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에는 구성원 스스로도 모르는 병을 살피게 되고, 그럴 경우 비마가 먼저 그들을 불러 이를 확인하고 치료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족의 의학은 예방의학적 성격이 매우 강하고, 또 그만큼 실질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비마가 곧 의사인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이족의 의사는 모두 비마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치료를 하는 것 이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거나 다른 연구를 하지만, 그 연구의 바탕은 모두 공동체 구성원의 평안과 행복이다. 그들은 바로 그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 복잡한 갈래의 배경

이족 의학은 사실 그 갈래가 매우 복잡하다. 어떤 것은 묘족 의학의 요소를 받아들였으며, 어떤 것은 백족이나 나시[納西]족의 의학적 요소를 받아들였고, 어떤 갈래는 거꾸로 한족 의학의 요소를 받아들였으며, 심지어 서양 의학의 요소마저 받아들인 갈래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족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무대가 매우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그들의 의술이 결코 폐쇄적이지 않은 데 있다. 그들은 공동체 구성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면, 나의 것과 너의 것을 가리지 않는다.

그 결과 평지로 내려와 사는 이족 의사는 서양 의학과 한족의 의학을 자신의 의학과 결합시키거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또 다리[大理] 부근에 사는 이족의 의사들은 바이[白]족의 의학적 요소를 받아들이며, 리쟝[麗江]에 사는 이족의 의사들은 나시족의 의학적 요소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이족 의학의 전통적 원류는 무엇일까? 추슝[楚雄]에 사는 이족의 의학이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모든 문화적 요소들처럼 이 지역의 의학에서도 다른 민족의 의학적 요소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족의 의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민족의 의학적 성격까지 찾아갈 수 있다. 이 가운데 이족의 의학과 그 성격이 뚜렷하게 대비되지 않은 의학 체계들은 이족의 그것에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특징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그 성격을 아직까지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의학의 전통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의학을 찾아 여행길에 나설 것이다. 비록 부족한 대로 소개를 매듭짓지만, 다른 갈래의 의학을 이야기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씩 채워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음 이야기들은 나시족의 의학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들 의학의 역사적 배경과 그들의 생활과의 관계 및 그들 의학의 주요한 구성요소들을 먼저 살펴볼 것이고, 그 다음으로 의학적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갔으면 한다. 거듭 열린 마음으로 의술의 길을 걸어가시는 제현들의 질정을 기다린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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