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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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7)
  • 승인 2006.06.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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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족의 의학(6) - 여덟 방위와 21병증

■ 여덟 방위로 나누는 병증

이족의 의학에서 주요한 특징 가운데 여덟 개의 방위로 나누어 살펴보는 진단법이 있음을 앞 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여덟 방위는 하나의 관점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여덟 방위는 각각 병의 주요한 갈래가 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족의 8방 주병계(主病系)라 불리는 것이다.
여덟 갈래는 일반적으로 1)간과 쓸개의 계통 2)심장과 혈맥의 계통 3)위장 계통 4)폐와 피부 계통 5)뇌와 신경 계통 6)신장과 방광 계통 7)생식기관 계통 8)췌장과 비장 계통으로 나뉘는데, 이것은 그들이 설정한 인체의 8대 방위, 즉 8괘(卦)와 상응하는 기관들이기도 하다.

허나 이것은 전통적인 구분법이 아니며, 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1)쓸개와 간 2)췌장 3)뇌와 심장 4)소장과 대장 5)폐와 피부 6)위 7)방광과 신장 및 생식기관 8)비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족의 계절 관념과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이를 차례로 살펴보아야 할 것인데, 이에 앞서 거듭 확인해 둘 것이 있다. 그것은 이족의 방위 순환체계는 한족의 그것과 달라 동남서북(木火金水)은 늘 중앙(土)을 거쳐서 이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의 여덟 방위는 결국 1)자라남 2)자라남의 풀림(편향된 풀림) 3)올림 4)올림의 풀림(멈춤) 5)뭉침 6)뭉침의 풀림(갈무림) 7)내림 8)내림의 풀림(완전한 풀림)으로 규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여덟 방위의 응용 및 5독(毒)

앞서 살펴본 여덟 방위와 거기에 상응하는 각 기관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병에는 늘 두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열(熱)의 지나침과 부족함이 빚어내는 병증들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각 기관들은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각 기관들과 연결되어 있는 각 부위들에 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체 내부의 수액 순환관계를 맡고 있으며 간즙을 분비하여 담낭에 모으고 이를 통해 위장의 운동을 도와주는 한편 담즙의 분비를 통해 췌장계통을 지원하고 지방을 흡수시키는 간과 담 계통에 열이 지나칠 경우, 암열독(癌熱毒)이 생길 수 있으며, 열이 부족할 경우 ‘간풍내동’(肝風內動)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 폐와 피부 계통에 열이 지나칠 경우 각종 폐열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열이 모자랄 경우 풍한(風寒)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기관에서도 이런 증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것은 모두 각 기관 배부의 균형 파괴에서 말미암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런 병증을 다시 살펴보면 여덟 개의 방위에서 16 갈래의 병증이 일어난다고 보는 바, 이것이 이족의 병증 분류의 기본이다.

이밖에 이족의 의학에서는 다섯 갈래의 독사(毒邪)가 빚어내는 독특한 증상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병증임을 인정하고 있다. 즉 앞에서 살펴본 16갈래의 병증이 주로 내적인 병증이라면,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다섯 갈래의 독사중독은 주로 외적인 병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독사중독에 대한 의학적 소개는 너무 전문적이고 또 복잡하기도 하다. 따라서 이족이 5독을 나눌 경우 1)풍독(風毒) 2)조독(燥毒) 3)한독(寒毒) 4)습독(濕毒) 5)열독(熱毒)으로 분류한다는 점만 이야기하기로 하자. 물론 그들은 전염병을 하나의 외적 중독 요소로 보아 역독(疫毒)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독사의 분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중독의 형태에 따라 말하는 것일 따름이다.

■ 21가지 병, 수천 갈래의 처방

이제 다시 이족 의학에서 분류하는 병증을 정리하면 21개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족 의학의 21주병(柱病)이다. 이에 대해서도 물론 자세하게 소개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주병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체질에 따라 특이하게 발생하거나 식생활을 비롯한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이족의 의학이 충분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갈래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병증에 대해 이족의 의학은 대개 450가지 정도의 병증을 열거하고 있다. 또 거기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내놓고 있는데,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약재의 종류만도 천 가지가 훨씬 넘는다. 대개는 약재로 치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약재의 경우에도 건재와 생재를 병용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다른 치료들을 병용하고 있는 것이 또한 이족 의학의 특징이다.

이족의 의학 가운데 실질적인 약재 처방을 다루고 있는 서적들만 하더라도 그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세계적 보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소서》(齊蘇書) 《의병호약서》(醫病好藥書), 《규질이의서》(규질彛醫書), 《노오두이의서》(老五斗彛醫書) 등이 모두 귀중한 이족 의학의 처방관련 서적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쇠쑤누치》(섭蘇諾期)와 《아리산(哀牢山)이족의약》은 이족의 고유 언어로 기록된 소중한 문헌이다. 물론 이족 의학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이 두 서적의 가치는 높이 살만 하다.

특히 《쇠쑤누치》는 비록 100여 년 전에 재정리를 했다지만 그 역사가 이미 천년을 넘는 고적이며, 거기에는 273종의 이족 의약을 소개하고 있는데, 214종의 식물약재, 52종의 동물약재, 7종의 광물약재가 실려 있으며, 이것이 모두 이족의 언어로 설명되어 언어학적인 가치도 매우 높은 서적이다.
아무튼 이족의 의학은 오랫동안 발전해 온 독자적인 한 갈래의 동양의학이며, 그 이론체계에서도 사뭇 계몽적인 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족 의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학을 다루던 사람들, 즉 전통적인 이족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것이 다음에 살펴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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