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49話·下] 송일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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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9話·下] 송일병 교수
  • 승인 2006.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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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 알려면 사서삼경·격치고 공부해야

■ 삶의 지침 ‘誠泉’

부속한방병원장과 시내(종로)한방병원장, 대한한방병원협회장 등을 거친 송 교수는 사상의학을 정립, 발전시킨 공로로 99년 보건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2000년에는 그의 제자들이 華甲기념 논문집을 헌정했다. 논문집에서 정우열 선생(68·서울 서초구 한송한의원)은 “그의 사상의학에 관한 연구경향은 단순히 이제마의 그림자만을 좇는 형상적 추구가 아니라 본질적 추구로서 ‘이제마를 이제마로 보려는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우직하면서도 끈질기게 한결같이 걸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의 제자들도 “안주나 만족을 모르시고 늘 연구에 몰두하셨고, 제자들의 질문에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언제나 자상한 미소를 띄우시고 열정적으로 답변해 주시던 한결같은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며 “학문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존경하는 분을 스승으로서 모실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회갑을 계기로 ‘誠泉’이라는 호를 쓰기 시작했다. ‘誠泉’은 성실하게 실천하는 ‘誠行’의 뜻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참된 眞理, 知慧, 學問의 뜻을 담고 있으며, 선하다·착하다의 ‘好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인생을 살아갈 때나 학문을 할 때 늘 같은 마음으로, 농부가 농사를 짓듯 요행수를 바라지 않고, 환자를 진료할 때도 인술을 베푼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자는 뜻으로 지었다”며 지금까지도 인생의 좌우명이자 삶의 지침이 되고 있다고 했다.

■ 동무의 ‘知行論’ 강조

송 교수는 “이제까지는 외부요인이 나에게 와서 병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사상의학에서는 평소 생활소증, 즉 그 사람의 생활습관이 잘못돼 그것이 쌓이고 쌓여 심화를 일으켜 性情이 편극되면 병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중풍이라는 병은 지금 왔지만 반년 전 혹은 1년 전에 중풍이 올 수 있는 조건이 있었는데 그것이 쌓여 결과적으로 중풍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상처방의 기준은 ‘누구에게나 중풍치료는 사상처방’이라는 식이 아니라 사람마다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체질의 특징이 있는데, 생활습관이 잘못돼 그것이 누적되어 고혈압도 되고, 당뇨도 되고, 그러다가 중풍이 온 것이므로 지금 나타난 ‘중풍’을 고치자면 소증을 다뤄 재발하지 않도록 현 병증과 소증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유학적배경에서 동무가 후기 성리학자로서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를 보면 그가 추구하는 의학정신을 알 수 있다”면서 “격치고가 나온 배경을 알면 동무의 철학은 사상의학의 절반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한의사들은 이건 않고 엉뚱한 체질론에, 음양오행에, 천도운행사상을 가지고 인체를 내려다보는 식으로만 ‘사상의학’을 하고선 ‘사상의학’을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것이야말로 ‘헛다리짚는 의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병 고치는 문제와 선해지는 문제는 궁극에 가서는 일치하는데 방법에 있어 약으로 감당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나머지는 동무가 제시한 ‘知行論’이라고 했다. 즉, 내가 무슨 체질로 태어났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의 결함을 알고 ‘知行’을 통해 노력해서 자기 자신의 결함을 극복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생을 살면서 스스로 개척해가라는 얘기지 이런 사주팔자로 태어났으니 이렇게 병 앓다가 죽으라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사상의학은 윤리의학이다. 그렇다고 무슨 종교처럼 기도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생활의 자세에서 자기도 지키면서 상대방도 인정하고 서로 공존하는 가운데 인간끼리도 공존하지만, 자연과 나 사이에서도 인간과 환경 사이에서도 공존해서 거기에서 중용적 조절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후기 성리학자인 이제마는 44살부터 57살까지 이러한 유학적 배경에서 철학서인 격치고를 썼으며, 58살에 수세보원을 지었다. 또 수세보원 이후 61세에 쓴 ‘濟衆新編’에서는 ‘五福論’을 강조했다.
‘五福論’은 첫째가 오래 사는 것이고, 둘째가 마음을 곱게 가지는 것, 셋째가 독서, 넷째가 재산, 다섯째가 이 4가지를 통해 자기완성을 한 뒤에는 세상에 나와서 기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교수는 “동무는 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 입장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현실성 있게 제시해 주었다”며 “인간의 삶에 대해 노력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준 사람으로 그의 사상은 관념론적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학이론을 지금의 한의사들에게 강의하면 스스로 의학의 길을 잘못 걸었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새로운 소리라고 했다.
그 역시 처음부터 안 것은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땅속에서 새 구슬을 발견하듯이 하나하나 찾아 꿰어가다보니 100년 전에 이제마가 제시한 의학의 본지를 일부나마 깨닫게 되었다며 그렇게 30여년을 보낸 지난 세월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 사상의학의 멘토로 남고 싶어

송 교수는 “사실 나는 처음엔 삶의 철학이 없었다. 한의사는 전문인으로서 병만 고치면 역할을 다하는 걸로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나는 중풍전문가라는 것에 만족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사상의학’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동무는 기존 의학을 답습하는게 아니라 자기의학을 체질론적 입장에서 복잡한 이론을 간단히 정리해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민의학’으로 만들었다”면서 “어찌 보면 높은 자리에 있는 의학을 낮은 자리의 의학으로 끌어내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느 덧 예순일곱. 돌아보면 너무 좇기듯 살아온 그이지만 그나마 지금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다니는 낚시와 매일 저녁 식사 후 1시간 씩 집 주변을 걷는 것 등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대학에서 정년퇴임하고 앞으로 1~ 2년 후면 병원을 떠나게 될 것 같다는 송 교수는 남은 생애동안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이 제대로 한의학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뒤에서 보살펴주고, 첫 단추를 잘못 낀 후배들이 손짓하면 기꺼이 학문과 임상에 바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것이라고 했다. 한의계의 사상의학 멘토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아울러 이제는 안식구와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웰빙스타일로 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부인 임경선 여사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뒀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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