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수지침학회 설문조사 내용을 보고 - 장욱승
상태바
고려수지침학회 설문조사 내용을 보고 - 장욱승
  • 승인 2006.06.16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과정에서 결과 해석까지 문제투성이

지난 4월 29일 고려수지침학회가 실시한 ‘한약 복용 후의 효과·부작용’ 설문결과는 한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고 있다. 또한 이 설문결과가 마치 대다수 국민의 생각인양 포장돼 있다. 그러나 요모조모 따져 볼 때 이 설문은 과정에서부터 결과해석까지 문제점투성이다.

가장 먼저 지적할 점은 설문지의 대상이 전혀 객관적인 방식으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과학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표본이 모집단에 얼마나 대표성을 가지냐 하는 점이다. 물론 심층분석을 할 때는 전문가를 우선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무작위 추출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한약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데 한일고려수지침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은 표본추출에서부터 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치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정당 선호도를 조사하는데 특정 정당의 모임이 끝난 후 그 당원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누가 그것을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결과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설혹 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들 전체가 모두 고려수지침학회와 상관없는 사람들일지라도 이미 고려수지침학회가 한약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후에 설문조사를 한다면 이 또한 제대로 된 설문결과라고 말할 수 없다.

둘째 치료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평가방법으로 설문조사는 적절하지 못하다. 어떤 질환에 대해서 특정 처치법이나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여부는 밝히기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역학조사, 실험결과, 임상시험 등 현재 여러 가지 시도되고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정질환에 대한 특정약물의 효과를 입증하거나 부작용을 발견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모든 질환에 대한 모든 한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그것도 한 번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설문을 설계하고 기획한 사람의 전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설문조사는 여러 가지 조사나 실험을 하기 전의 프리 테스트의 의미가 강하다.

셋째 설문내용이나 구성도 상식 이하다. 설문지는 초반부터 한약의 부작용 여부를 묻는다. 그것도 제3자의 내용까지 포함해서 말하고 있으니 애초부터 정확한 조사는 포기한 셈이다. 또한 여러 가지 질문이 서로 연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질문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설문조사의 답변이 자신의 경험인지 다른 사람의 경험인지 또는 자신의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또한 몇 가지 질환군을 나눈 후 온갖 종류의 증상을 나열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면 어떤 약물이든지 상당부분 부작용을 나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감기약을 대상으로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설문조사에서 나열된 증상은 대부분 발현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감기약이 아무런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만을 던진다는 자체가 이 설문지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며, 이 설문의 결과가 사실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고 단지 고려수지침학회의 그릇된 주장만 여과 없이 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장욱승(민족의학신문 보건경제연구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