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본초서의 대표명저

우리가 가장 많이 참고하는 본초서 중의 하나인 이 책은 단순히 한 사람의 저자에 의해 집필된 한 종의 본초서가 아니라 역대 여러 종류의 본초서가 집약된 통합판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은 宋나라 唐愼微가 편찬하였고 보통 ‘證類本草’ 혹은 ‘備用本草’로 약칭하지만 ‘證類本草’는 모본이 되었던 책일 뿐이고 다시 개정 편찬되었으므로 ‘비용본초’로 약칭하는 것이 옳다. 1082년에 처음 책이 완성되었으나 곧바로 刊印하지 못하다가 1108년(宋·大觀2)에 다시 校正 增補하여 『經史證類大觀本草』라고 이름 붙여 刊行하였다. 그 뒤 政和6년 다시 修補하여 『重修政和經史證類備用本草』라는 긴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政和本草’라고 불렀다.

전30권, 목록1권으로 『증류본초』의 체제와 약물의 가지 수를 그대로 두고, 각 조문 아래 藥論, 附方 등의 내용을 더 넣었다. 본서는 『嘉祐本草』를 기본으로 하여 내용을 확충하였으며 아울러 ‘本草圖經’을 덧붙여 넣어서 다시 만들었다.
처음의 두 권은 序例인데, 권1에는 雷公포炙論序, 권2에는 諸病通用藥 부분을 증보하여 약간의 藥名과 病名을 추가하였다. 나머지 29권에는 1744종의 약물을 玉, 石, 草, 木, 人, 獸, 蟲魚, 果, 米穀, 菜部로 나누어 수록하였고, 이름은 있으나 쓰이지 않던 약물까지 자세히 다루었다.

각 약물 항목 앞에는 약초그림을 먼저 두었고, 이어서 『嘉祐本草』와 圖經의 문장을 넣었으며 마지막에 ‘雷公曰-’ 또는 附方 등의 증보된 내용을 실었는데 이 경우, 검은색 칸을 글자 위에 씌워서 구별하였다. 전서는 원래의 내용 외에 蜀本草, 方書, 經史, 筆記, 地誌, 詩賦, 佛書, 道藏 등 243종의 서적에 있는 관련 약물자료들이 모두 수합되어 있으며, 또 470여 종의 약물을 새로 증보하였다. 인용된 각종 서적들 중에는 현존하지 않는 책들이 많이 들어 있으며, 藥名, 藥性, 效能, 主治, 形態, 採取 등의 내용 외에 歸經 이론이 새롭게 첨가되었다. 또 280종 이상의 약물에 대한 포제방법을 기록하였고 3천여개의 단방치료경험과 1천여 조의 方論이 들어있어 당시 민간의료경험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본서는 원래 개인이 편찬하였으나 국가적으로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방관청에서 『大觀本草』로 간행하였으며, 연이어 『政和本草』, 『紹興本草』로 수정 개편하였다. 이후에 『重修政和本草』, 『新編證類圖注本草』로 간행하였다. 『本草綱目』도 역시 이 책을 저본으로 이루어졌는데, 李時珍은 “諸家의 본초와 千古의 단방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보존한 공로가 있다”고 찬양하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송대 본초학의 업적을 총괄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본초강목』이 나오기 전까지 약 500년 간 朝鮮과 日本에 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 본초학의 규범서로 인식되었다.

조선에서는 『東醫寶鑑』·歷代醫方에 『備用本草經史證類』라고 등재되어 있으며, 원문 속에서 ‘本草’라고 출전이 표기된 것은 대개 이 책을 말한다. 『동의보감』 안에는 무려 3370조 가량의 ‘본초’가 인용되어 인용빈도에 있어서 가장 首位를 점하고 있다. 또 『新纂벽瘟方』 등에는 ‘證類本草’로 인용되어 있다.
조선에서 간행한 판본으로는 『經史證類大觀本草』, 『重修政和經史證類備用本草』, 『紹興校定經史證類備急本草(畵)』가 있으며,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조선족 의사문헌학자 崔秀漢의 『朝鮮醫籍通考』에 의하면 조선의 『향약집성방』도 약물의 배열방법이나 서술내용에 있어서 주로 이 책을 따르고 있다고 말하였다.

현재 이 책의 여러 가지 조선판본은 대부분 일본에 건너가 수장되어 있다. 목록에 나타나는 것 만해도 內閣文庫(선조10년경 活字刊本), 宮內省圖書寮, 武田杏雨書屋, 前田尊經閣, 東洋文庫, 靜嘉堂文庫, 岩漱文庫(이상 乙亥活字 印本) 등에 수장되어 있다.
특히 內閣文庫본은 31권15책으로 선조10년경 活字刊本인데, 책안에는 ‘太醫院’의 所藏印이 날인되어 있다고 하니 조선의 구황실에서 소장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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