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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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승인 2006.06.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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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달콤한 순간을 꿈꾸며

2002년의 6월을 기억하는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붉은 색의 물결과 열정의 함성 속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냈었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 인생에서 가장 감격적이고, 달콤한 순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월드컵에 출전을 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나라가 단숨에 4강까지 가지 않았던가.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목 놓아 외친 결과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아직도 4년 전의 달콤한 꿈 속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 장면처럼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호텔 매니저 김선우(이병헌)는 조직세계의 절대 권력을 가진 보스 강사장(김영철)의 오른팔로 강사장의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미행 3일째, 희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현장을 급습한 선우는 알 수 없는 망설임에 그들을 놓아주게 되고, 이것을 알게 된 강사장에 의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제목은 예전 이탈리아 영화 『La Dolce Vita』에서 연유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선우가 관리하는 호텔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면 제목이 꽤나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느와르 장르의 영화이지만 전반적인 영화의 느낌은 김지운 감독의 stylish한 연출 덕분에 질퍽함보다는 럭셔리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켜 버린다. 그러면서 선우가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 봐요.”라는 질문을 하듯이 관객들 또한 같은 질문 속에 선우의 달콤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인생』에서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선우의 인생에서는 최고의 달콤한 순간을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4년을 기다렸고, 또 한 번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달콤한 순간을 또다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달콤한 꿈같은 소식을 우리 태극 전사들에게 기대해 본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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