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비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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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
  • 승인 2006.05.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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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 영화의 가능성

2006년 5월, 계속 승승장구하던 한국 영화계는 『미션 임파서블 3』와 『다빈치 코드』 등 두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해 전멸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엄청난 대작 영화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을 받았던 한국영화가 이렇게 힘없이 무너진 것에 대해서 일시적인 현상이다, 불투명한 미래가 보인다 등 각각의 의견이 있지만 결론은 관객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사건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함을 어떻게 새롭게 접근해 나가느냐에 영화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영화에서는 드문 음악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는데 비록 물량면에서 큰 영화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작은 영화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 허덕이면서 변두리에 있는 피아노학원을 인수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지수(엄정화)는 학원으로 이사 오던 날 이삿짐을 뒤져 메트로놈을 훔쳐 달아나는 7살 된 경민이(신의재)를 만나게 된다. 그 아이는 피아노학원 근처를 빙빙 돌며 영업을 방해하면서 지수를 괴롭히지만 곧 지수는 경민이가 ‘절대음감’을 가진 천재소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지수는 유명한 콩쿨대회에 경민이를 입상시켜서 자신도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낸 유능한 선생님으로 인정받고자 경민이를 가르치는 일에 매진한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를 때 『호로비츠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보고 무슨 사상혁명가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려운 영화라고 단정 짓기도 했었는데 앞서 줄거리에서도 보듯이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음악영화이다. ‘호로비츠’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에 한 사람으로 주인공 지수가 되고 싶었던 피아니스트의 꿈을 대신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샤인』과 『빌리 엘리어트』, 『투게더』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어떠한 영화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을 갖고 있으나 표출이 되지 않았던 소년이 선생님의 눈에 띄어 천재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늘 보던 것으로 약간 진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의 매력은 항상 절정 부분에 가서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 속에 푹 빠져버리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억지를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눈물을 유도한다.

실제로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불리우는 7살 꼬마의 연기와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특별 출연, 농익은 엄정화의 연기, 『왕의 남자』 음악을 담당했던 이병우 음악감독의 음악 등이 제대로 앙상블 되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마치 클래식 콘서트를 보러 왔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모든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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