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전문병원 안 된다” 반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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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전문병원 안 된다” 반발 고조
  • 승인 2006.05.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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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협, ‘개원한의사 몰락’ 철회 촉구
복지부, 7월 1일부터 시범실시 방침

한의사전문의제에 이어 전문한방병원이 일선 한의계를 또다시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의사 전문의들이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특정질환 전문임을 알리는 전문병원이 등장하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일선 한의원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달 25일부터 신청을 접수해 오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범 실시하겠다고 밝힌 전문한방병원제도는 한방내과, 부인과 등 8개 진료과목으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불임, 비만, 알러지, 중풍, 척추관절, 치매, 알코올 중독, 암 등의 특정 질환을 표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개원한의사협의회(회장 박인규)는 15일 반대 성명을 내고 “특정과목을 표방한 전문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화를 빙자해 일부 병원의 이익을 돕는 편협한 발상”이라며 “충분한 검증과 합의 없이 이루어진 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은 대다수의 개원한의사를 몰락시킬 수 있으므로 복지부는 이 시범사업을 철회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한의협의 침묵은 묵시적인 찬성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한방의료공급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개원한의사를 무시하고, 일부 병원의 이익을 위해 한의계의 내분을 조장하는 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의 철회를 주장하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의료시장 개방이나 영리법인 허용, 외국자본이 국내로 들어왔을 때 한방의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하겠다는 한방전문병원이 과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고, 한방의료 발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자생-척추, 꽃마을-불임, 동서-중풍, 기린-비만 등 전문을 내세우지 않아도 환자들이 특정질환 중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데 억지로 한방전문병원을 만드는 것은 한방의료를 왜곡할 소지가 높다”며 “공급과잉으로 의료계가 전문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정부에서 나서 기준을 만들고 제한하려 한다면 오히려 전문화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부속한방병원은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으나 특정 질병에 대한 전문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기준도 없이 전문의 수 등만을 기준으로 하는 전문병원이 과연 전문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기는 하지만 간판만 ‘전문’이고 내용은 따라가지 못할 때는 영업수단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한방의 치료 영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와 한방의료의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표방할 수 있는 과목이 이미 한방의료의 한 영역으로 보편화돼 있을 경우는 특정병원을 위해 다수 한의원이 희생을 감수하라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모 한의사는 “비만, 알러지는 현재 한방의료기관에서 중풍, 척추·관절질환 다음으로 내원 환자 수도 많고, 주력 질환으로 삼으려는 한의원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한의원들과 진료에 큰 차이도 없으면서 밖으로 비만한방전문병원을 내세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양의계도 전문병원제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질환을 표방할 수 있는 전문의원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고, 의협은 복지부에 이를 건의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협측에서는 또 전문 병원이 ‘암’, ‘화상’ 등 특수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을 표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질병명을 표방하는 것은 ‘장삿속’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무런 구분이 없는 한방의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한의원은 기초 질환, 한방전문병원은 특이질환, 대형한방병원은 고난이도 질환의 치료 및 연구 활동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 역시 한방의료의 현실 및 특수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에서 개원하고 있는 모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 중 건강보험급여대상은 극히 일부인데 무슨 수로 환자보고 질병의 상태에 맞춰 의료기관을 찾아 갈 것을 강제로 할 수 있겠느냐”며 “진료형태도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입원치료 여부나 고가 진단장비의 차이가 거의 전부인 한방의료기관에서는 양방식의 의료전달체계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의학회의 한 관계자도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좀 더 연구해 한방의료에 맞는 한방전문병원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어 한방전문병원 시범실시와 관련해 복지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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