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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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3)
  • 승인 2006.05.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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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족의 의학(2) - 이족의 방위순환개념과 臟腑

어떤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그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언어로 문헌이 구성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문헌의 바탕과 기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족 의학의 바탕과 기둥은 모두 오래된 그들 자신의 것이다.
앞 회에서 그들의 계절 관념을 살펴보았는데, 그 관념을 구성하고 있는 용어들도 모두 그네들 고유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런 것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우리들이 앞으로 나누게 될 이야기를 위해 그들의 방위 개념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 개념은 이족의 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기초 개념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방위에 관한 한 이족의 언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족의 방위도 많은 문화의 전통적 개념에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섯 개의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굳이 오늘날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동남서북과 중앙이 바로 그것이다.

또 동양의 전통적 개념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오늘날의 방향 개념과 달리 운동성의 개념이다. 즉 계절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순환을 이루는 하나의 주기에서 일정한 단계를 방위 개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족은 동쪽을 일러 ‘차’ 또는 ‘짜’라고 부르는데, 그들의 옛말에서 보이는 개념을 따를 때 이는 ‘채움’과 ‘자라남’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다음으로 남쪽을 일러 ‘아으’ 또는 ‘오’라고 부르는데, 이 뜻은 ‘앗음’과 ‘올림’이다. 또 서쪽은 ‘솨’라고 하는데 이 뜻은 ‘세움’과 ‘쉼’이며, 북쪽은 ‘뿌’라고 하는데 그 뜻은 ‘버림’ 또는 ‘뿌림’이다. 그들의 옛말로 중앙은 ‘뚜’인데, 이는 ‘둠’ 또는 ‘돌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물론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말과 이족어의 유사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상당히 이유 있는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접어두기로 하겠다.

그런데 이족의 방위 순환 개념은 좀 독특하다. 각각의 방위는 반드시 중앙을 거쳐 다음 방위로 이동한다. 즉 동쪽은 바로 남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앙을 거쳐서 남쪽으로 옮겨가며, 남쪽이나 서쪽 및 북쪽도 마찬가지이다. 즉 동→중→남→중→서→중→북→중→동의 순환체계를 이루는 것이 이족의 방위 개념인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방위 개념인 동시에 사물 운동을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이기도 하다. 계절이 그러하고 사물의 생로병사가 그러하며, 인체의 운동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족의 의학도 이런 관점에서 인체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튼 이 개념에 따르면 사물은 ‘채움’과 ‘자라남’에서 비롯하여 이를 ‘돌림’하고 또 ‘앗아 올림’하여 ‘돌림’하며, 다시 ‘세움’하여 ‘돌림’하고, 마지막으로 ‘뿌림’에 이르러 한 바퀴를 매듭짓게 된다.
이족의 관점에서 사람의 몸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이런 운동성은 각각 신체 내부의 일정 부분과 대응관계를 맺고 있다.
이족어의 뜻으로 육체에 담긴 혼이라는 뜻을 가진 쓸개와 간이 ‘채움과 자라남’에 대응되며, 췌장이 ‘둠과 돌림’에 대응되고, 뇌와 심장(심포를 포함하여)이 ‘앗음과 올림’에 대응되며, 소장과 대장이 이 단계의 ‘돌림과 둠‘에 대응된다.

또 폐는 ‘세움과 쉼’에 대응되고, 위는 이 단계의 돌림과 둠에 대응되며, 방광과 신장(생식기관을 포함하여)은 ‘버림과 뿌림’에 대응되고, 비장은 마지막 돌림과 둠의 단계에 대응된다.
그런데 공간과 관련된 그들의 방위 개념은 인체의 장부로 이어질 뿐 아니라 시간 개념과도 맞물린다.

앞 회에서 이야기한 여섯 계절과 이 개념이 이어지는데, 쓸개와 간은 첫 계절인 ‘머리계절’(首季)에 대응되며, 췌장과 뇌는 ‘씨앗계절’(萌季)에 대응되고, 심장과 소장은 ‘자라남의 계절’(長季)에 대응되며, 대장과 폐는 ‘퍼짐의 계절’(遍季)에 대응되고, 위와 방광은 ‘물러남의 계절’(退季)에 대응되며, 마지막으로 신장(생식기관 포함)과 비장은 ‘갈무리의 계절’(藏季)에 대응된다.

이리하여 이족은 인체의 각 기관을 시간성을 갖는 순환의 체계로 이해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의학의 체계를 정립했다. 이를 통해 각 기관의 기능을 이해하게 되었음도 물론이다.
이런 순환의 체계는 오늘날 중의학의 인체 이해와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진 설명은 너무나도 기계적이고 간단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정립시키는 이론은 매우 엄밀하며, 이는 이족의 의학 역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또 이런 흐름은 이족의 인체 이해에서 하나의 측면일 따름이다. 이것은 다음에 이야기하게 될 ‘세 개의 기운 흐름’을 반영한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원리의 하나일 따름이다. 즉 이족의 의학은 이런 흐름을 매우 추상화시켜 기운으로 이해했다가 이를 다시 구체적인 신체의 흐름으로 실상화 시켜 내는데, 이것이 바로 ‘36거중혈’(居中穴)의 개념이다.
그러나 이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에는 이족 인체학의 ‘세 가지 기운’과 이를 이용한 ‘인체 특징 분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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