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92] 鄕藥濟生集成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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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92] 鄕藥濟生集成方②
  • 승인 2006.05.1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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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기 쉬운 약과 이미 경험한 치료법

현재 남아있는 이 책의 잔본이 3권 남짓이므로 전체 30권 중에 10분의 1이 채 되지 못한다.
극히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이 책의 성격을 논하기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다행히도 서문이 남아 그 간행경위를 알 수 있다.
또 선후관계를 갖고 있는 『향약집성방』의 서문에 『鄕藥簡易方』을 비롯한 東人經驗方을 모아서 이 책을 펴냈다고 밝혀놓았다.
때문에, 오늘은 이 책에 담겨진 내용 가운데서 우리 의학 전통이 무엇이고 고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향약의약경험이 얼마나 들어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무엇보다도 이 책에 가장 많이 인용된 ‘本朝經驗’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단순히 權近이 지은 이 책의 서문과 權採의 『향약집성방』 서문에서 말한 ‘東人의 經驗’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형의 『본조경험방』이라는 의방서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확언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다량의 인용처방이 다른 향약의서와 함께 들어있고 여타 중국본 의서와 마찬가지로 방명이나 처방에 앞서 본문보다 한 칸 올려 표기(擡頭)한 점으로 보아 실존했던 의서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에 『본조경험방』을 고려 말엽에 나온 『동인경험방』의 속편으로 세종시대에 편찬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책의 간행시기로 보아 여기에 인용된 『본조경험방』은 麗末鮮初, 늦어도 1398년 이전에 펴낸 독자적인 향약의서임에 분명하다.
대략 현재 남아있는 이 책안에만 해도 40여수의 처방이 등장한다.
약물도 蔓菁, 車前子, 白附子, 苦蔘, 大戟, 菖蒲와 같은 單味의 향약처방이 위주여서 오랜 향약경험이 녹아든 방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鼻육에 사용한 경험처방에는 冷水를 風府穴 주위의 뒷목에 부어 그치게 하는 응급처치법이 소개되어 있어 한결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 특이점은 ‘百要方’이다. 이것은 이미 수년전 저자의 논구에 의해 고려 의서 『비예백요방』을 지칭하는 것으로 고증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책은 중국과 일본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저자미상의 송대 혹은 명대 의서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책안(권 4)에서 胸膈結實에 쓰는 처방이 발견되었다. 生薑과 杏仁을 짓찧어 즙을 내어 먹는 방법이다.
또 권 5의 舌脣腫에 등장하는 煤苔는 솥바닥의 검댕이를 쓰는 것인데 『의방유취』에도 인용되어 있다.
다만 원문 뒤에 ‘一云 釜黑, 一本 和醋’라는 주석이 달려 있어 여러 가지 다양한 향약명 혹은 속명이 존재하였고 조선 전기 여러 종의 『비예백요방』 전본이 전래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타 『향약구급방』, 『향약고방』, 『구급방』과 같은 여말선초 의방서의 내용이 들어 있어 참고가치가 매우 크다.
또 중국본 의서의 내용들도 조선의서 안에서 몇 가지 반복해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문헌의 채록에 따른 인용이 아니라 이미 효능을 경험한 처방을 골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로 보아 『향약집성방』 서문에서 천명한 ‘易得之物, 已驗之術’ 이라는 원칙을 재삼 확인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일찍이 權仲和가 『鄕藥簡易方』을 엮었고 그 후 다시 趙浚 등과 더불어 官藥局에 명하여 여러 方文을 더하고 東人의 경험방을 보태어 분류해서 『鄕藥濟生集成方』을 펴냈다. 이로부터 약은 구하기 쉽고 병은 치료하기 쉬워지니 모든 사람이 좋아하였다”고 했으니 이 책에 고려로부터 전승된 우리 민족 고유의 의약경험과 향약방이 다량 포괄되어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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