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한의계의 염원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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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한의계의 염원 외면 말라”
  • 승인 2006.05.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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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단체 등 서울대한의대 설립 요구 빗발
한의협도 국립대한의대 설립 신청에 참여 요청

“신설 국립한의대는 서울대에 설립돼야 한다.”
국립한의대 설립 논의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설립 대학이 조만간 지정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선한의사들은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서울대한의대 설립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천명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의협은 국가가 한의학을 육성 발전시킨다는 상징성과 연구역량을 고려하여 신설되는 국립한의대는 서울대에 설립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왔으나 지난해 엄종희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지방국립대 신설로 방향이 바뀐 것을 시발로 해서 국립한의대 설치 대상 학교가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전남대, 경상대 등 5개대로 예시되는 단계로 나아갔다.

한의협의 동의를 얻은 정부당국은 지난달 21일 11개 한의대 학장들을 초빙해 국립한의대 관련 간담회를 개최해 실무적으로 거의 확정된 국립대 설립안를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했다. 정부는 간담회를 계기로 한의대 학장 다수가 지방국립대내 한의대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정부관계자는 한의계의 여론수렴이 끝났다고 선언, 국립한의대 설립작업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국립한의대 설립작업을 말없이 지켜보던 한의사들은 “지방국립대 동의해준 적 없다”, “서울대에 한의대 신설을 염원했던 한의사들의 간절한 소망이 터무니없는 결과로 돌아온다”, “국립대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입학정원만 늘어나 실익이 없다”고 분노와 실망, 허탈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수원시한의사회가 지방 국립대에 한의대 설립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는 결의문을 한의협에 전달했다. 이 결의문은 “국립한의대 설치는 한 번 잘못되면 영원히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라면서 서울대내 한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지방 국립대 설치를 추진하는 모든 세력에 대해 총력 투쟁할 것”을 분명히 했다.

한의학교육의 주체인 전국 한의과대학장협의회(회장 신민규 경희대한의대 학장)도 지난해 12월 13일 ‘지방 국립대 한의대 설치에 대한 반대 결의문’을 채택, “오직 한 곳 서울대가 아니면 한의대 신설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무늬만 국립대일 뿐 기존의 사립 한의대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게 주요 반대 논거들이다. 오히려 한의계는 서울대에 최고 수준의 한의대 설치를 통한 한의학의 위상 확립과 정부 차원의 한의학 육성·발전의지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처음에는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를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인력과 시설·장비 등 인프라를 보유한 서울대 설치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서울대의대와 실무적인 논의를 통해 3단계 추진방안을 마련한 바 있었다. 그러다가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모든 논의의 중단을 지시함에 따라 정 총장의 임기 중에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서울대측의 논의 불가 통보 이후에도 한의계의 압도적인 여론은 여전히 서울대한의대 설립론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지방 한의대 설립에 불을 지핀 엄종희집행부조차도 서울대한의대 설립을 한의계 최후의 과제로 여길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서울대는 현재 한의대 설립문제를 검토하는 자체 위원회활동이 중단된 이래 논의가 답보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의학전공자와 자연과학자, 인문학 계통의 교수와 연구자 가운데 한의대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한의대 설립이 안 되는 핵심적인 원인이 서울대내 교수들의 여론이 나빠서라기보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은 있는데 의사단체의 반대로 진전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서울대한의대 설립의 희망이 아직 남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대가 국립한의대 설립 신청에 참여해 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지난달 말 서울대당국에 발송했다.

7, 8월경으로 예상되는 국립한의대 설치 대학 선정을 앞두고 서울대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한의계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민족의 의학인 한의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한의계의 염원을 서울대측이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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