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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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
  • 승인 2006.05.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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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운남(雲南)에는 2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차(茶)의 고향인 운남은 고산형 아열대 기후 그리고 비옥한 토지 조건으로 뛰어난 약성을 지닌 최상품의 약재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의 오래된 문화 속에는 동양의 여러 종교와 사상의 근원이 담겨 있고, 고유한 의학적 체계가 아직도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어 그들의 의학을 중의학(中醫學)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필자 박현(朴賢) 씨는 운남 전역을 십여차례 방문해 산상부족과 함께 생활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언어와 전통의학에 관한 많은 자료를 수집, 연구하고 있는 동양학자이자 차전문가로, 운남 소수민족들의 의학 체계를 중심으로 현지 문화를 소개하는 이 시리즈는 우리 민족의학에 대한 또 다른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족의학신문사의 청탁을 허락해 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1. 연재를 시작하며

동양의학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중국의 전통의학인 중의학과 한국의 한의학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인도를 제외하더라도 이것만 가지고 동양의학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독특한 문화를 누리며 살아온 수많은 민족들의 역사적 무대가 바로 동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만 하더라도 56개나 되는 민족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런데 오늘날의 중의학은 그들 모두의 의학적 지혜와 전통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즉 중의학은 56개 민족 가운데 인구로 보아 다수를 차지하는 한족(漢族)의 의학일 뿐, 결코 온전한 중의학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한족이 비록 다수이긴 하지만, 문화와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그들도 결국 1/56일 따름이다. 나머지 55개 민족들의 문화에 의학이라는 영역이 없거나 역사적으로 의학적 발전의 모습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오늘날의 중의학은 더 이상 중의학다운 중의학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의학과 한의학을 동양의학의 전부로 보더라도 이들의 의학을 고려할 경우 동양의학은 이제 더 넓은 연구 영역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물며 동남아시아의 많은 민족들이 발전시켜온 의학적 전통도 동양의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마땅하다면 이제 우리는 동양의학의 발전을 위해 눈을 보다 크게 떠야만 하지 않을까?
그런 거시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 좀 답답하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관찰은 한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래서 필자는 먼저 동양의학의 범주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 즉 아직 동양의학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학술적 깊이가 상당하며 그 색채가 독특한 몇 갈래의 의학적 영역을 살펴보려고 한다.

중국 윈난성(雲南省) 일대에 사는 소수민족들의 의학적 전통을 바로 관찰의 첫걸음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들의 의학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그 깊이에서도 중국 한족의 의학과 어깨를 겨루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학을 구성하고 있는 얼개 또한 일관된 철학적 사고를 드러내기 때문에 동양의학의 풍부한 자원으로 편입시키기에 손색이 없다고 보며, 실증과 실용에 바탕을 둔 진단과 치료체계도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볼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윈난성에는 2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10개 이상의 민족은 독특하고도 깊이 있는 의학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윈난성의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이족(彛族)의 의학은 한족 의학의 역사적 원류가 되는 의학으로서 그 체계 또한 한족의 의학보다 짜임새가 있고 그 깊이에서도 한족의 의학이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다.

또 먀오족(苗族)의 의학 가운데 약학 분야는 오늘날의 중국 약학계가 괄목상대하고 있는 영역의 하나이지만, 그들의 의학 자체는 제대로 소개되거나 연구된 적도 없는 실정이다.
그밖에 다이족(태族)의 의학은 불교적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의학적 전통이며, 나시족(納西族)의 닷바(東巴)의학은 의학적 전통 가운데 자연주의의 관점이 가장 투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니족(哈니族)이나 바이족(白族) 등의 의학도 나름대로 연구의 대상이 되고 동양의학의 미래를 위한 풍부한 자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기회를 빌려 그들 소수민족의 의학적 전통을 소개하려고 한다. 지면의 제한성과 필자의 부족한 지식으로 말미암아 그 얼개를 소개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그들의 의학적 전통이 가진 특징에 대해서만은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한다.
살펴보는 순서에서 필자는 이족과 묘족을 앞세울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두 민족의 의학이 그들 소수민족의 의학을 보다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지적 기초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각 민족의 의학에 대해서는 특별한 순서를 두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제현들의 질정을 기다린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필자약력
▲경북 영양 출생 ▲고려대 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한국사(경제사) 전공 ▲한국학연구소 소장 ▲EBS TV의 ‘역사 속으로 여행’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 진행 및 강의 출연 ◇저서: 『한국경제사입문』, 『나를 다시하는 동양학』, 『불교수행요론』, 『한국고대지성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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