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을 원하는 한의사들에게 - 정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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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을 원하는 한의사들에게 - 정병억
  • 승인 2006.05.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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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자세’

발전적 진료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협진은 의료의 주체인 소비자, 의료계, 국가가 사회 제도적 역할에 따른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고자는 지난 3년 동안 한·양방협진 아토피 전문클리닉을 운영해 온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협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준비 중인 한의사들에게 의료인으로서의 접근 마인드를 세우는 부분에 대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몇 자 적어 본다.

■ 협진의 필요성(장점)

진정한 한·양방협진이란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같은 질병을 치료대상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각기의 장점을 발휘하고 단점을 서로 보완해서 더욱 좋은 치료효과를 내고자 함이 목적이다.
협진은 첫째, 양한방의 장점이 결합돼 환자에게 보다 적절한 치료선택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양방적인 진단과 검사가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측정할 수 있고, 환자의 예후 판단이나 관리에 도움을 준다. 셋째, 한의학의 과학적 연구를 객관성 있게 수행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고,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의료로 발전할 수 있다.

■ 협진에 임하는 마음가짐 - 당사자들의 상호이해

예전에 한·양방의료기관내에 부설형태로 의원이나 한의원을 개설해 검사의뢰, 진료의뢰 정도의 수준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협진 당사자의 의식에 대한 문제로 한방 쪽에서는 주로 양방적 검사, 각종 진단기의 편리한 사용과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고, 양방 쪽에서는 병원경영수지의 개선 목적이 협진을 시도하게 되는 동기였기 때문이다.

아직 사회적·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은 의료환경에서의 한의사는 환자진료시 곤란했던 문제들을 협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므로 진료에 대한 스트레스가 감소하지만, 양의사의 경우는 병원경영전략차원에서 수동적으로 진료에 임하며, 주변 의사 사회에서의 따가운 시선에 의한 스트레스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협진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당사자들 즉, 의사와 한의사간의 협진실시에 대한 의지와 인간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부설 형태보다는 협의하여 진료가 가능한 공동개원 형태의 로컬이 성공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진료하는 의사와 한의사 당사자들의 마음이 열려 있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경우도 많다.

■ 협진의 방향 설정

한의학의 장점은 인체의 자체 치료능력을 최대한 고양시켜 질병을 퇴치시키는 것이고, 서양의학은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와 외과적 수술, 각종 검사를 통해 진단과 예후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의 결합은 동시에 단점의 상호보완으로 부작용이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더 나은 치료법도 개발 가능해 궁극적으로는 치료율을 높이고, 환자는 비용이 낮아지기를 원하지만 의료의 질(가치)이 높아지면 추가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 단 협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할 만한 고부가가치상품이 되려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협진은 상호 협의해 약물 간 상호작용을 하는 약물의 경우 용량을 줄이거나 빼는 것, 환자의 증상별로 분야를 나누어 진료하는 방식 등 다양한 프로토콜의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토피 치료시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한방치료로 환자에게 빠르고 편안한 피부치료와 전신적 건강조절까지 겸하여 치료성과를 최대화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클리닉별로 한·양방협진검사와 진단 그리고 한·양방이 조화를 이루어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완벽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 협진을 이루기 위한 과제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양의사들은 한의학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어 두 의학의 올바른 결합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근래의 한·양방 대립구도 속에서 한의학이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한의학의 과학화·객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통 한의학 원리로 설명이 가능한 재연성이 있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성과들은 데이터로 축적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또 많은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치료의학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협진 파트너를 설득하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 경영상의 문제

현행 제도 하에서의 개인 의원간의 협진은 개별 의료기관의 형태로 개원하게 돼 있다. 물론 기고자가 처음 개원했던 3년 전에 비해 규제가 다소 느슨해진 감은 있지만, 아직도 제도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따라서 진료, 운영, 관리 전반에 있어서 끊임없는 합리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때로는 경제적 논리가, 때로는 확실히 선을 그을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혀 희생과 양보의 미덕이 발휘되어야 하며,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할 때도 많다.

보험진료부분에서 부당 이중청구의 시선 때문에 일정 부분 수익을 포기해야 하며, 두개의 개인 의원이 합쳐져서 오히려 각자 운영할 때 보다 수익이 떨어 질 수도 있다. 각자의 목표와 비전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개인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미비한 제도의 틀 속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인삼각 경기와 같이 협진을 이루려는 당사자 간의 화음을 맞추기 위한 기본적 전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성공적인 협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칙

① 학문적으로 오픈된 마인드
나의 것을 펼친다는 생각보다 상대의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입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② 협진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질환 선택
나와 상대의 장점이 동시에 드러나야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다.

③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 미래 지향적 관계 확립
개인적 희생을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성향을 가져야 하며, 동일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같이 노력해야 한다.

④ 가치 있는 협진 모델 준비
접근 질환에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지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검증 후 협진진료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⑤ 상호협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
제3자로 하여금 조정의 역할을 맡기는 것(컨설팅)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병억
서울 강남 대치동 아토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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