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기업 열전⑤ - 디자인나무
상태바
한방기업 열전⑤ - 디자인나무
  • 승인 2006.04.28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브랜드 가치 창출하는 아이디어 창고
좋은 이름, 훌륭한 디자인도 걸려만 있으면 無用


도시지역에서 근처에 한의원이 한두 개 이상 없는 곳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한의사는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전국구(?)가 아닌 다음에야 환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다른 한의원과 구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의원 평수를 늘리고, 무리다 싶을 정도의 고급인테리어에 많은 기자재를 들여 놓고 싶은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환자가 방문해 첫 번째 접하는 조무사의 역할이 그렇듯 한의원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브랜드 역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일부 한의원은 이미지를 통일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시작은 상호와 디자인을 포함한 브랜드에서 시작된다.

■ 브랜드 개념 부족한 한의원

대구광역시 계명대 첨단산업지원센터에 있는 디자인나무(대표 전우명·43)는 일선 한의계에 ‘한의원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전우명 대표는 처음부터 한방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일반 홍보물제작과 농수산물·식품 중심으로 브랜드 개발에 노력했지만 좁은 시장 탓인지 경영은 생각한 만큼 따라주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이것저것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농수산물을 취급하다보니 식품으로 취급돼 판매되는 것이기는 했지만 한약재와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정작 한의원은 브랜드와는 너무 거리가 멀어있었다. 다른 곳과 차이가 나게 한의원 이름을 짓고, 세련되게 간판을 걸었지만 브랜드에 대한 전문적인 소견을 놓고 볼 때는 수준 이하의 것들도 눈에 띠었다. 특히, 한의원에서 약을 넣어 주는 상자나 쇼핑백을 보면 녹용이나 인삼을 소재로 하는 전형적인 모양이 대부분이었다.

■ 한약박스는 움직이는 광고탑

자신의 상호를 알리고 선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단순히 탕약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파우치에 담긴 한약을 복용하는 기간 내내 한의원을 기억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탕약 봉투로만 취급되고 있었다.
브랜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한방의료 시장에 전 대표는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03년 1월 ‘한방브랜드 개발’을 내걸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그래서 디자인나무는 포장에 홍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상호와 전화번호 등만 인쇄해 넣는 수준에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장점, 전문성 등의 내용을 넣어 한의원을 홍보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움직이는 광고 선전물이기도 하다.

디자인나무를 쉽게 생각하면 한약과 관련된 포장 용품을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 대표는 브랜드·디자인 개발 전문업체임을 강조한다.
“이름을 잘 짓는 것이 첫 번째이고, 이것이 잘 인식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개발만하고 걸어두는 브랜드는 의미가 없습니다. 일반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빈도가 높아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전 대표는 소비자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소모품이야 말로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이 한의계에 점차 확대되면서 회사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디자인은 예쁜 것 아니다

그는 ‘디자인’하면 글자나 마크 등을 예쁘게 만드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다 어그러져 버리고 만다고 강조한다. 디자인은 자신이 나타내고자하는 부분을 알리는 전술적인 차원에서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디자인나무는 ‘ㅅ○한의원’으로부터 상호 디자인 개발을 의뢰받았다. 이름에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료가 차별화된 것도 아니어서 고민을 하다 상호 앞에 손바닥 하나를 그려 놓았다. 한의원 상호와 연관이 있는 것도, 예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가 지난 후 이 지역에서는 “ㅅ○한의원”대신 “손바닥 그려있는 한의원”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환자 수도 늘었고, 인지도도 높았다고 한다.
예쁜 것을 먼저 생각했다면 강력한 이미지가 있는 손을 탄생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이름의 의미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오래 기억되는 것이 듣는 것인데 이것이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 대표는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목적과 행위를 연상시키게 할 수 있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브랜드 개발을 주문 받으면 의례히 밝고 산뜻하며 고급스러운, 그리고 부드럽고 잊혀지지 않는데다가 남과 차별화 되는 등등의 요구를 받는 때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이와 반대의 주문을 받은 적도 없지만 한의원을 어떠한 방향으로 운영할 것인데 이와 부합하는 이름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는 주장이다.

■ 보는 것보다 듣는 게 먼저

전 대표는 디자인나무를 운영해 오면서 느끼는 점 중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임대료나 시설비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울 정도로 얘기들을 하면서 정작 한의원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이미지를 생성해 낼 수 있는 데는 미온적인 태도들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름은 그 어떤 광고 형태보다도 훨씬 더 강력합니다. 왜 그렇게 많은 자금을 동원하고 고민을 해서 개원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름은 장모가 지어줬다는 둥 잘하는 작명소에서 지어줬다는 둥 하는 말에 정말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내가 해야 할 한의원과 내가 전문으로 해야 할 치료종목을 누가 대신 결정해 줍니까? 이름은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사항입니다.”

대구 =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