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지부 선거제도 사례 분석(4·끝) - 부산광역시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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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지부 선거제도 사례 분석(4·끝) - 부산광역시한의사회
  • 승인 2006.04.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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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공천제는 사적 이익 걸러내는 안전판”

한의계의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는 지부는 역시 부산시한의사회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 한의사의 수가 서울, 경기 다음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한의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어서 한의학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그 어떤 지부보다 높고, 관행을 고수하려는 의식도 높다.
다른 광역시한의사회가 속속 직선제로 전환하고 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데 반해 부산시한의사회가 현행 간선제 회장선출방식을 고수하는 이면에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 배수공천제방식 유지

부산시한의사회의 선거방식은 엄격하게 말하면 간선제 중에서도 배수공천제방식이다. 부산시한의사회 회칙시행세칙은 ‘배수공천을 받아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의원이 후보자를 추천해서 과반수를 넘을 경우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수가 안 될 경우에는 상위 2인을 대상으로 2차 투표에 들어가 종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올 회칙축조심의위원회(위원장 김완영 총회부의장)를 구성해 회칙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회장 선출 규정도 함께 검토했으나 현행 방식을 유지키로 결론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지부가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중앙회의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데도 중앙회를 기준으로 지부의 선거방식을 결정하려는 사고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의 경우는 예외다. 지부가 중앙회의 선거방식을 따르고자 한다면 당연히 입후보제방식의 간선제로 변경해야 하나 부산시한의사회는 여전히 과거 중앙회의 선거방식인 배수공천제를 고수하고 있다.

배수공천제 고수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올 부산시한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선출은 배수공천방식이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배수공천을 적용하지 않고 전 회원 만장일치로 박태숙(남구 본디올우리한의원) 씨를 새 회장을 추대했다. 이전 이성우 회장은 배수공천제로 선출됐다.
이런 전례로 볼 때 부산시한의사회는 유력한 후보가 있을 경우에는 추대에 의한 만장일치 선출이지만 배수공천제에 의한 투표가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 입후보 하는 사람 없어

배수공천제 선거방식은 적어도 형식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이 필요 없어 후보 간 경쟁에 따른 과열이나 부정의 여지가 적다는 게 장점으로 거론된다. 경선이 가져오는 학교 간 분열이 적고 선거운동에 따른 인격적 손상을 입을 우려도 없어 지역의 덕망 있는 원로가 힘들이지 않고도 당선될 수 있는 구조다.
부산시한의사회가 배수공천제를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이 일반화되고 전례로 굳어져 이제는 개별 회원들도 입후보제로 선거방식을 바꾸고 싶어도 입후보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보수적인 지역정서와 두터운 선배 층도 회장 출마를 기피하는 데 한 몫 한다고 한다.

후보자 출마를 꺼리는 내재화된 의식도 작용하는 듯이 보인다. 특정 이익을 노리거나 자기 이익을 현실화시킬 목적으로 회장에 출마한다고 보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후보시 개인적 야심이 통제되지 않아 회무의 혼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김완영 회칙개정축조심의위원장도 이런 우려에 공감했다. 그는 공개경선이 이루어질 경우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이 회무를 장악함으로써 회원이 분열되고 무관심해져 회무를 농단케 할 우려가 있으며, 제3자가 보기에 싸움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정치적 야심을 가진 사람이 회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일부 사례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두가 순수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회장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어딘지 모르게 의도적이며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단법인체의 목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협회의 이익을 옹호할 사람은 나이 많은 사람 중에서 선출하거나 회장단에서 업무를 익혀 올라온 사람 중에서 선출하는 것이 회의 목적에 부합된다고 본다.

실제로 배수공천제 선거제도는 부산의 현실에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평가된다. 93년 약사법 개정 파문이 일자 전국에서 제일 먼저 택시를 타고 상경, 한약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만큼 놀라운 결속력을 자랑하는 이면에 배수공천제 선거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김완영 대의원총회 위원장은 배수공천제 고수방침에 대해 “전통이라기보다 관행으로 봐야 하며, 처해 있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선거제도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수공천제는 곧 개인적 목적으로 회무를 장악하려는 사람을 걸러내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에 가까운 인식이었다.

■ 직선제 여론은 아직 극소수

부산시한의사회 관계자들도 직선제가 하나의 대세이며 기정사실이라는 데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배수공천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런 여론이 싹트고 있다 해도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한다.
여론의 저수지인 대의원총회나 부산시한의사회 홈페이지 상에 그런 여론이 두드러지게 표출된 적이 없는 것도 그런 현실을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부산시한의사회 회원들의 자발적 의견이 수렴될 때까지는 상당기간 배수공천제에 의한 회장 선출방식이 유지될 전망이다. <끝>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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