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89] 海東異蹟傳
상태바
[고의서산책289] 海東異蹟傳
  • 승인 2006.04.21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長生不死의 길을 걸은 道醫들의 발자취

이 책은 우리나라 신선 도사들의 전기를 모아놓은 것으로 32편 40명의 도인들의 略傳과 逸話를 중심으로 갖가지 기이한 행적이 실려 있다.
고대 건국신화의 주역인 檀君, 赫居世, 東明王으로부터 시작하여 南海仙人, 蔣生, 郭再祐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인물이 소개되어 있는데, 홍의장군 곽재우는 임진왜란 중에 활약한 인물이므로 당시로선 최근 인물까지 蒐羅된 셈이다. 또 南宮斗나 장생과 같이 저자가 직접 만나보거나 주변에서 징험한 이야기를 싣고 있어 신빙성을 높여준다.

저자가 직접 지은 해제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짓는 까닭을 밝혀 놓았다.
“우리 동방은 천하에서도 으뜸가는 산수를 갖고 있다. 세상에서 신선이 살고 있다고 일컫는 三神山이 모두 이 나라 안에 있다. …… 빼어난 땅에 훌륭한 인물이 난다[地靈人傑]는 말이 과연 거짓이 아니다.”
서문을 지은 鄭斗卿(1597~1673)은 인조, 현종때 활약한 문인학자로 弘文館提學을 지냈다. 鄭렴, 鄭작 형제가 모두 그의 종증조부로 儒醫이자 기인으로 이름난 인물이며 이 책에도 실려 있다. 그는 서문에서 홍만종이 옛날 『神仙傳』과 『列仙傳』을 지은 劉向과 葛洪에 못지않은 공로를 남겼다고 평가하였다.

지은이 洪萬宗은 가정의학 백과전서로 유명한 『山林經濟』의 저자, 洪萬選의 형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책 말고도 『詩話叢林』, 『東國歷代總目』, 『小華詩評』, 『蓂葉志諧』, 『旬五志』와 같은 독특한 저술을 남겼다.
그는 젊어서부터 갖은 병으로 시달렸기 때문에 方書를 찾아 읽으며, 아프지 않고 延年益壽할 수 있는 도가의 이상향을 꿈꾸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편력은 또 다른 저서 『순오지』에 피력되어 있으며, 이 책의 집필동기 역시 잘 나타나 있다.
“丹學이란 黃帝와 老子의 大道로서 곧 三敎의 하나이다. 사람이 이 도를 얻게 되면 長生不死한다는 것이다. … (중략) … 내가 野史와 여러 문집을 읽다가 그 가운데 단학에 대한 異蹟이 있는 것을 보았으나 여러 서적에 흩어져 있어서 살펴보기가 어려웠다. 이에 이 사적을 한데 모아서 『海東異蹟傳』이라 이름 붙였다.”

단권으로 된 작은 책이나 저자의 해제, 海東異蹟序, 본편 그리고 발문이 갖춰져 있어 몹시 공들여 집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내용 가운데 의학과 관련하여 소개할 만한 몇 가지를 꼽아보자.
四仙조에 보이는 述郞, 南郞, 永郞, 安詳은 신라의 仙徒로 강릉의 寒松亭 옆에는 이들이 차를 달여 마시던 차샘[茶泉]과 돌아궁이, 돌절구가 남아있어 네 신선이 노닐던 곳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李仁老의 시에 “사선은 신라 때 사람으로 대낮에 신선이 되어 승천하였네. 천년 동안 남긴 자취 따라가 보니, 삼신산엔 약초만 여전하네(四仙羅代客, 白日化飛昇. 千載追遺跡, 三山藥可仍)”라고 하였다.

金可記는 중국의 『列仙傳』에 등장하는 신라 사람으로 당나라 賓貢科를 거친 進士였다. 단전으로 호흡하는 服氣를 익혀 몸을 단련하였으며, 자신이 예견한 날에 만인이 바라다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당나라 사람이 남긴 시에 “당나라 과거에 급제하고 당나라 말을 하나 해가 뜨는 곳을 바라보고 고향을 그리워하네. …… 상상해보면 東夷의 음악에 맞춰 詩文을 읊조리고 복숭아[蟠桃] 꽃밭에서 人蔘에 취해 있으리”라고 노래하였다.

또 한 사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은 張漢雄이다. 보통 張山人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조상은 3대를 내려오면서 의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商陸을 먹어 귀신을 부렸으며, 98세의 나이였으나 용모는 40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장산인은 아비가 남긴 책을 외워 치병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으며, 지리산에 들어가 3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煉魔法을 익혔다.
일찍이 太醫 楊禮壽가 지은 『醫經要覽』에 장씨의 의방을 칭찬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어떤 이는 양예수의 神法이 대부분 장산인에게서 취한 것이라고 하였다. 도교의학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우리 의학 전통에 꼭 참고해야만 할 도교의학인물전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