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46話·下] 이학로(천안 약선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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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6話·下] 이학로(천안 약선당한의원장)
  • 승인 2006.04.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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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구조론 … 방제학까지 완성이 목표

이학로 원장은 순환구조론이라는 사고체계 속에는 2개의 핵심적인 알고리즘이 들어있다고 했다.

■ 첫 번째 키워드 체액의 ‘순환’

현대 해부학으로 순환계를 들여다보면, 순환을 주관하는 심장을 중심으로 각 장기들은 하나의 선으로 쭉 연결된 직렬연결이 아니라, 병렬연결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병렬구조가 의미하는 것은 각 장기마다의 활동 또는 병적 증상이 순환로를 따라 고유의 패턴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혈관의 분포를 보면 크게 상대·하대 정맥으로 분류되고, 이 사이에 상대와 하대정맥을 소통하는 범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한의학이 인체를 상·중·하의 범주로 구분하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두 번째, 세포순환에 관계된 기미

또 하나 이학로 원장의 순환구조론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알고리즘은 ‘기미론’이다.
그는 순환구조론에서 한의학의 표리 개념에 포함된 상중하 뿐 아니라 내중외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풀이를 해 놓았는데 “내외는 내장장기를 함께 설명하기 위한 표현으로 기본순환(미세순환)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 등의 체액은 폐쇄순환계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일부 모세혈관의 벽을 두고 혈액과 조직액사이에 물질이동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순환구조론은 기미를 寒熱溫과 五味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열온은 인체가 느끼는 감각의 차이이면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고, 모세혈관에 작용하는 여과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辛의 뜨거움은 열을 내뿜는다는 것으로, 인체내부의 물질의 발산을 촉진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미세순환에서 보면 체액을 모세혈관 밖으로 밀어낸다고 추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 원장은 순환구조론으로 설명한 기미론을 처방의 기능과 연결해 설명했다.
두통, 번열, 노풍 등에 사용되는 계지탕에서 계지·작약·감초·생강·대추 중 약성이 큰 계지는 辛하고, 심·폐·방광경에 들어간다. 작약은 苦하고 간·비경에 속한다. 계지탕은 간·비에서 심에 이르기까지 혈액순환통로에 작용하면서 크게 매운 성분, 즉 바깥으로 방출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이 원장은 이러한 설명방식으로 방제학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한의학을 보는 시각

인터뷰 내내 이학로 원장의 설명은 논리적으로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명되었다. 비록 많지 않은 나이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론체계를 구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설명 속에서 한의학을 하나의 통일된 관으로 구축함에 있어 철학적·역사적 사실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내는 사유력이 준비되었음을 느끼게 했다.
그는 생각의 방식을 ‘한의학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은 인간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발전했고, 과거의 한의학도 마찬가지 목적에서 인체를 관찰했다. 다만 지금과 같이 분자생물학과 같은 수준의 과학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해부학이 자유롭게 허용되지 못하던 여건이었던 만큼 외부에서 증상을 가지고 내부를 추론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다. 자연히 과거 한의학이 인체 내부를 추론해 낸 결과가 속을 갈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섬세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해부학적 발견들을 발전시켜왔다.

한의학의 해부학적 발견에 무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13세기를 기점으로 向心脈系에서 경락의 유주라는 관점이 도입되는 것으로 인체의 혈액이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까워졌음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마 선생이 복부를 胃脘, 위, 소장, 대장 등 4부로 나누어 인체를 보는 것은 인체의 中에서도 한층 세부적인 분류체계를 발견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그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한의학은 전체적인 순환구조 즉 시스템적인 생명활동현상에 대한 뛰어난 식견을 쌓아왔다. 해부학 발전은 고전했지만, 시간개념을 더한 4차원적인 이해를 충실히 해온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의 입장에서 현실을 인정하고 한방의 해부학을 완성한다면 인체에 대한 이해의 폭을 진실에 가깝게 확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 원장은 “머리 속에 인체를 4차원 적으로 완벽하게 그릴 수 있을 때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해부생리학을 완벽히 내재화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부생리학의 기여도는 30%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 한의사·학생 지속적인 관심몰이

산과 밭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호젓하게 서 있는 그의 한의원 2층에는 강의실이 마련돼 있다. 이 원장의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1천여명. 이 원장이 ‘한의학순환구조론’(1999년)을 출판한 직후 2000년부터 한의학당이라는 모임이 생겨났고, 인터넷에도 회원들을 위한 클럽(www.hanischool.cyworld)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한의대 학생회가 한의대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듣고 싶은 강사를 조사한 결과 이 원장이 높은 순위로 뽑힌 적이 있었다.

방학내내 그의 곁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말한 한 한의대생은 이학로 원장에 대한 학생과 한의사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강의는 한의원에서 일주일에 하루(수요일) 진행하고 있는 것 외에, 한의대에서 특강을 요청받기도 한다. 강의는 이 원장이 스승에게서 배웠던 것처럼 수강자들의 질문에 의해서 진행된다. 때문에 같은 내용의 수업이 반복되는 법은 없다. 서로에게 생각과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강의 중 기억에 남는 수강자와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고 했다. 한 수강자는 인체를 보는 것에 있어 체액의 순환이 우위냐, 신경이 우위냐는 질문을 던졌고, 논쟁을 펼쳤다. 결국 체액의 순환이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는데, 이러한 논의를 펴고 함께 생각의 기회를 갖는 것이 의미있게 보여진다.
이 원장은 “이렇게 공부하는 사람은 학문하는 게 사는 겁니다”라며 골격을 세워놓은 순환구조론으로 방제학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전통 한의학자입니다. 한의학은 영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에 대한 독점력을 현 한의사 집단이 계속 가지게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죠”.

천안 =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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