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제조업소 수입한약재 모니터링에 즈음하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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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제조업소 수입한약재 모니터링에 즈음하여(하)
  • 승인 2006.04.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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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품질 향상은 관능기준에서 나온다
관능은 약재 생산·관리의 추적 열쇠

모니터링을 통해 정부는 얼마나 많은 양의 한약재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을까? 안전성 확인이 주목적이니 잔류 농약·중금속·이산화황 등에 대해 제조업체가 자가 검사한 기록과 실제 수거해 검사한 것과의 차이를 알아내는 게 첫 째일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회분 등 정밀검사 부분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이 한약재를 얼마만큼이나 잘 나타내 주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 오두·초오의 품종 구분

모 한약재 수입업체에서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수입해 들여온 오두(천오)와 초오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은 분명한 초오를 수입해 왔다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오두라는 것이었다.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자 이 회사 사장은 “좀 더 조사해 보자”는 중재안을 내 놓았다.
어떻게 조사하라고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사장은 “여기저기 거래처에 물어보라고 했다”고 쉽게 답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오두인지 초오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털어 놨다. 한의사를 직접 상대하는 거래처 사람들이 판단하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또 중국 현지에서도 초오라고 했다가 오두라고 하는 둥 섞여 있는 마당에 무엇이 그리 중요하냐는 것이었다.

두 약재 모두 관능과 중금속, 잔류농약 검사만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약재의 진위여부는 관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두 약재들은 거의 제조 업소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에 품종구분은 전적으로 업소의 몫이 돼버린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용량도 그리 많지 않아 한 해 수입량이 각각 1만kg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오랫동안 이렇게 유통됐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않았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렇지만 독성이 강한 약재라는 점을 놓고 볼 때는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 검은 색 계피의 의미

관능검사는 품종을 구별하는 것 이외에도 약재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계수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덥고 비가 자주 오는 중국 남방과 베트남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이다. 현지에서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가지를 자르면 야적해 놓는다. 그러면 나무껍질은 둥그렇게 말려진다. 이 상태에서 말랐다 비를 맞다 반복하면 곰팡이가 생긴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상태로 1년 정도 두는 것은 보통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수입해와 세척하고 쪄서 조직을 무르게 한 다음 절단해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바깥쪽은 검은색이라고 해도 안쪽이 검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작업됐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원칙대로 한다면 곰팡이가 있을 수 있고, 유효성분의 추출을 방해하는 코르크층도 벗겨야 하겠지만 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껍질 안쪽에까지 곰팡이가 피는 것은 막아야 했을 것이다.
산지에서 작업할 때 바로 썰어서 말려 비를 맞지 않는 곳에 보관만 잘 했어도 이러한 것은 방지할 수 있다. 이 때 계피나 육계의 안쪽은 붉은 빛을 띠고 향과 맛이 강하다.
계지도 마찬가지다. 힘없이 툭툭 끊어지고 부셔지며 향과 맛이 없어졌으면 야적돼 있었다는 증거다.
관능검사는 약재가 어떻게 관리되고 생산됐나를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열쇠다. 한 관계자는 “관능검사는 그 약재의 95% 이상을 알아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 아직도 검정 용안육을 찾는 이유

한약규격집을 보면 약재의 성상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길이, 굵기, 색깔 등 특성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보고 과연 그 약재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험실에서 활용되는 기준이지 산지에서도, 유통시장에서도, 한방의료기관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도, 공급자도 기준이 없이 관행에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불에 쪄서 말려 내용물이 흘러 나와 타서 검게 된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데 아직도 검정 용안육을 찾는 한의사들이 많다는 게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관능에 대한 기준도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뿌리 약재를 건조하면 흰색이 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공정서가 가르쳐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어떠한 모양, 어떠한 맛과 냄새를 가진 것이 정상인지는 한의계가 주도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수입업자들도 이 기준서 혹은 도감에 맞춰 약재를 구입해오고, 약업사도 이 모양의 것을 취급할 것이다. 한의사도 한약재를 구입할 때 기준이 된다.
이것은 학술적인 것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약관련 업계가 가장 시급해 하며 필요로 하는 일이고, 약재의 질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길일 것이다. <끝>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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