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87] 實驗單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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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87] 實驗單方①
  • 승인 2006.04.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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口傳說話에서 걸어 나온 실험의학자

일반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생소한 책 이름이다. 새로 발굴된 자료이지만 저자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인물로 허준의 학맥과 관련해 是非 논란이 있었던 劉以泰이다.
그간 그에 대한 사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소설 속 허준의 스승 유의태와 혼동을 초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데, 다행히도 지난 해 후손이 수년간 수집하여 모아둔 자료더미를 들고 와서 이에 대해 조명해 주기를 간구하였다.
우선 각종 사료와 집안에 전해온 家乘자료를 꼼꼼히 모은 정성도 대단하거니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선조의 흔적을 찾아내고 새로운 의학 자료를 수집하여 들고 온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이태는 劉爾泰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름을 붙여 간행한 『劉爾泰麻疹篇』(187회 - 향촌산곡을 진역에서 구할 방편, 『劉爾泰麻疹篇』)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예상과 달리 전문 業醫가 아닌 사대부 출신의 儒醫로 議藥同參廳 先生案에 오를 정도로 의학에 밝은 인물이었다.

거창에서 태어났지만 산청군 생초면 신연리에서 살았기에 호를 新淵堂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며, 산청에 묘소가 남아있다.
어의를 지낸 공로인지 안산군수를 지냈고 종1품 숭록대부의 품계에 올랐다.
그는 자를 伯源이라 하였고, 호를 猿鶴山人, 麟西라고도 하였는데, 전자는 앞서 말한 『유이태마진편』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고 후자는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의 서문에 ‘麟西老夫劉爾泰識’라는 명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서명만 전해지던 『麟西聞見錄』도 그가 저술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自序에 밝힌 저술 동기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단순하고 평범해 보인다. 곧 “평소에 겪은 여러 병을 치료한 경험과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單方을 훗날 치료할 처방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 그때그때 적어둔 것을 한권에 모아놓았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 문구에서 겸손한 표현 속에 가려진 자부심을 살펴볼 수 있다.
“비록 醫家의 全書처럼 상세하게 갖추어져 있지는 않으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우선 목록을 한번 살펴보자. 다른 책과 꼭 같진 않지만 대체로 외형편의 次序를 따르고 있는 모습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頭, 痰厥, 大頭瘟, 耳, 眼, 鼻 등으로 시작하여 蟾소에 이르기까지 총 163항목에 달해 표현처럼 그리 소략한 내용이 아니다.

또 끄트머리에는 種痘, 紅疹, 聰明藥, 土疾, 萬壽丸, 食鹽法 등이 소개되어 있어 그의 관심영역이 단순히 상습적인 질병치료의 범주에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채록한 내용도 주로 인가 주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향약재료나 민간단방을 위주로 수록하였지만 半夏白朮天麻湯이나 防風通聖散, 犀角地黃湯, 瀉胃湯을 비롯한 전통처방에 독자적인 경험을 가미하여 응용한 다양한 가감법도 실려 있어 그의 방제운용법이 고도의 수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기록의 사실성에 있다 하겠다.
특히 본문 중에는 岑南單方, 望雲亭藥, 廣谷神方, 丁酉山藥 등 그와 교유했던 여러 사람들의 경험방과 단방치료법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서문과 본문에 기재되어 있는 말들이 진료현장에서 얻어진 생생한 경험기록들임을 신빙할 수 있다.

내용 가운데는 희한한 치료법이 적지 않은데, 眼疾에 약쑥을 짓찧어 안경처럼 눈에 붙여 쓰고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아예 中國名醫藥이라고 밝혀놓은 처방도 있어 여기에 담겨진 의학지식이 기존의 의서와 달리 문자지식에 국한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간 두 차례나 유이태와 『마진편』에 대한 글을 올렸고 이미 세상에 알려진 명의설화 속에 등장하는 것 만해도 적은 수가 아니지만 이렇게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조선 후기 이 땅에서 실제 행해졌던 실증의학 혹은 경험의학이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다음 호에 그 실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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