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에 따른 문제점 - 안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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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화에 따른 문제점 - 안기현
  • 승인 2006.03.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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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용의 양극화 현상 초래
건보 보장율 80% 달성 후 논의돼야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라는 화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의료기관간 경쟁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부가가치의 증대, 소비자의 의료욕구 충족, 고용창출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의료문제를 시장기능에 맡겨 시장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책 수단이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인 것이다.

영리법인과 민간보험은 하나의 패키지다. 영리법인은 수익창출을 위해 공보험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비급여부문(호화시설과 장비, 신의료기술 도입)의 개발에 치중해 전체 국민 의료비를 증대시키고, 민간의료보험은 이러한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활성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선택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형적인 공공재로 알려진 의료문제를 시장기능에 맡기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그 부작용을 살펴보자.
미국은 선진국중 거의 유일하게 전국민 공보험(또는 국가의료서비스)제도가 없는 나라로서 공보험체계가 없는 사회의 폐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첫째, 국민의료비가 매우 높은 반면 의료의 질은 대단히 열악하다. 미국의 전체 의료비는 GDP의 15%로 OECD국가의 7~10%나, 한국의 6%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고, 물론 그 만큼 보험료도 높다. 그래서 전 국민의 15%인 4천5백만명이 무보험 상태로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국민건강수준은 OECD국가중 최하위다. 의료비가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의료이용의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 민간보험은 가입자를 골라 가입시킨다. 수익을 보장해주는 사람, 즉 건강하고 부유한 사람을 선호한다.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나 병약한 사람은 가입을 거부하거나 높은 보험료를 요구해 가입을 봉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건강하고 부유한 계층만 민간보험에 가입하게 되어 민간보험가입을 기준으로 두 개의 새로운 계층이 형성되는 것이다.

셋째, 영리법인의 허용은 자본력 있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간 경쟁을 통해 의료계에 전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의 힘을 가진 영리법인은 심지어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성해 동네의원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거대 자본은 대규모로 값싸게 시설, 인력, 장비, 치료재료 등을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광고 공세, 기존 브랜드 활용, 전국 어디서나 균일하게 제공되는 친숙한 환경과 진료서비스, 치료정보 공유를 통해 지금의 동네의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결국 과점상태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넷째, 영리법인이나 민간보험은 공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서로 제로섬 같은 역 비례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파이 싸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사실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장율은 겨우 65%에 지나지 않고 공공의료 비율도 10% 미만이다. 돈이 없어도 적정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의 보장율이 80%에 이르고 공공의료의 비율이 30%에 달한 토대 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기현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사상지사 급여조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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