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딕 & 제인(Fun with Dick & 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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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딕 & 제인(Fun with Dick & Jane)
  • 승인 2006.03.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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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부부 블루스

어느 날 갑자기 몸 바쳐 일한 곳에서 떠나야 할 때 드는 심정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필자 역시 며칠 동안의 철야 근무를 마친 다음 날 바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때는 IMF라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변화로 인해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그 때부터 실업률이라는 통계가 뉴스에 보도 되면서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는 옛 말대로 한 우물만 계속 파왔던 사람들에게도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세월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8년이 지난 지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20대 미취업자들의 비율은 증가되고 있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들일수록 미취업이라는 꼬리표는 불안감과 함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발전하게 되면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상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데 『뻔뻔한 딕 & 제인』은 이렇게 불순한 상상을 현실로 옮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대기업의 홍보맨 딕(짐 캐리)과 제인(테이어 레오니) 부부에게 꿈이 있다면 딕의 승진과 제인은 전업주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착하게 살던 그들에게 딕이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제인은 통쾌하게 회사를 때려치운다. 하지만 승진한 바로 다음날 회장 잭(알렉 볼드윈)이 주식을 몽땅 팔아치우고 도망가는 바람에 회사가 파산해버리고, 딕은 깔다 만 정원 잔디까지 차압 당할 정도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백수 생활 속에서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무장강도’로의 전업이다.

『뻔뻔한 딕 & 제인』은 우리가 기대했던 영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진행된다. 실직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어둡고 무거운 영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짐 캐리의 코믹 연기를 중심으로 무장 강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그들의 모습조차도 매우 밝고 가볍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허허실실 웃기고 넘어가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엔론 스캔들’을 바탕으로 하여 제작된 것으로 사건 당시 기업의 욕심에 희생당한 평범한 샐러리맨을 대변하여 결국 그들을 그렇게 만든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원제목은 『재미있는 딕 & 제인』인데 우리말로 옮기면서 ‘Fun’을 요즘 세대들의 감각에 맞춰 ‘뻔뻔’으로 변화시킨 것이 눈에 띄는 『뻔뻔한 딕 & 제인』은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풍자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자 노력하지만 약간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영화 엔드 크레딧에 엔론 등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왔던 스캔들 회사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문구는 독특하면서 뼈 있는 풍자를 하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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