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86] 李石澗經驗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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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86] 李石澗經驗方
  • 승인 2006.03.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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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돌틈을 흘러온 경험의술

흔히 한의학을 경험의학이라 말하고 전통의학의 특징적인 면모를 경험방에서 찾곤 한다. 이 책은 서명에 드러나 있듯이 조선 중기의 명의 李石澗이 평소 사용한 경험처방을 모아 놓은 간이방서이다.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에 『黃帝醫學』지에 소개된 것으로 柳熙英 교수가 발굴하여 제공한 자료이다. 별도의 해설을 달아놓지 않아 자세한 서지정보나 입수경위는 알 수 없으나, 필사 원문을 그대로 영인해 놓았기 때문에 내용을 살펴보기에 무리가 없다.

序跋은 없지만, 본문에 앞서 목록이 붙어 있으므로 전체의 내용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전서는 頭, 面, 眼, 耳, 口舌, 齒, 胸腹, 脾胃, 手足, 大小便, 痢疾, 疝氣, 痔疾, 血, 風, 丹毒, 寒, 暑症, 곽亂, 嘔吐, 積聚, 痰症, 학疾, 려氣, 奸魂之病, 종瘡, 諸傷, 諸獸傷, 諸般毒, 婦人, 小兒, 飮食類, 忌食法 등 3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부류에는 또 두통과 편두통, 면종, 제반안질, 미目, 飛絲害, 雀目 등의 세항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개 길어야 두 세줄을 넘지 않는 분량의 짤막한 단방경험이 수록되어 있어 매우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경험방에는 두어가지 약물로 이루어진 단방요법이나 복합처방 뿐만 아니라 침구처방, 음식치료까지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고 있어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이석간의 경험방이 수록된 『三意一驗方』(273회 田園必考 참조)이나 『四醫經驗方』(125~126회)과 비교해 본다면 여러 사람의 경험을 모아 합본한 이전의 두 책이 침구처방을 위주로 수록된 반면, 이 책에는 주로 탕약이나 외용의 약물처방이 많이 실려 있다. 또 내용이 서로 사뭇 달라 상세히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첫머리의 卒頭痛을 보더라도 “茗茶 1~2되를 넣고 끓여 따뜻하게 마시고 난 뒤에 모두 토하고 나면 그친다”라고하여 차를 단순히 기호로 음용하거나 淸利頭目하는 효능으로 약용하기 보다는 催吐劑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매우 이채롭다. 실제 『동의보감』 吐門에서도 이러한 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과는 별개로 여백 상단에 기벽한 증상에 대한 특이처방이나 경험의안을 적어둔 것도 있다. 예컨대, 髮白拔去白髮, 治善忘方, 安瓚醫方, 腹冷童子, 背胸脇腹痛, 關格, 盜汗虛汗, 治內종及瘀血 등이다.
기타 靈龜八法, 納甲法, 奇經八脈과 같은 것도 초록해 두고 있어 이 책이 급한 경우를 대비하여 실제 임증에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석간의 특이처방도 찾아볼 수 있는데, 편두통, 흉복통 등에 사용한 三之一湯은 황금, 반하, 인삼, 궁궁, 백작약, 당귀, 시호, 건생지황 각 3돈에다 생강을 넣고 달여 5회 분복하는 처방이다. 또 내용 중에 蔘영白朮散, 平胃散, 調經散, 安胎飮, 佛手散, 束胎丸 등도 채록되어 있고 本草, 濟衆, 經驗 등 전통의방서에서 인용한 것도 있어 그가 단순히 자작경험만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고 전승경험과 많은 문헌을 섭렵하여 작성했음을 알 수 있다.

간혹 희귀한 약재의 경우에는 이름 밑에 한글로 표기한 곳이 더러 눈에 띠는데, 瓦松 ‘기야등의도단거시라’, 제조 ‘굼벙이’, 茨菰 ‘달물웃’, 夜鳴沙 ‘발쥐똥’, 夜鳴鳥 ‘옷바미’ 등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고한글로 방문을 적어버린 곳도 있는데 예컨대, 어혈에 볶은 복숭아씨를 갈아 술에 타 먹는 방법이나 옻닭을 삶아먹는 방법, 그리고 연주창에 百草霜과 明礬(백번), 三綠을 넣어 만든 약으로 치료하는 처방이 소개되어 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소아의 重舌에 먼저 蘆針으로 파자하고 百草霜과 桑根白汁을 개어 바르는 치료법이 있다. 여기서 蘆는 갈대로 어린이의 연약한 상처를 보호하고 破腫針을 보고 놀라 驚怯하게 될까봐 우려하여 사용한 변용법이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그의 경험방 중의 많은 수가 石耳, 黑荏子 등과 같은 음식재료이거나 常食이 가능할 정도로 無害한 것이어서 평소의 식치법으로도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것들이 많아 한번쯤 응용해 볼만하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마지막에 붙어 있는 飮食類 25조와 忌食法 27조에 전문적인 기술이 들어있어 반드시 참고해 보아야 한다. 조선 중기 민간전승의 경험의술이 녹아있는 보고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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