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46話·上] 이학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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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6話·上] 이학로 원장
  • 승인 2006.03.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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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구조론’ 통해 실재적 ‘한의학적 이해’ 틀 제시

37세에 한의학에 대한 자신의 관을 이론으로 엮어 처음으로 ‘한의학 순환구조론’(1999·주민출판사刊)을 펴낸 이학로(44·충남 천안 약선당한의원) 원장. 그는 지난 2002년까지 ‘순환구조론’이라는 틀 속에서 ‘본초문답과 순환구조론의 대화’(上·下/2000), ‘금궤요략의 순환구조’(2000), ‘방약합편과 순환구조론(2001)’, ‘침에도 고향이 있다네’(2002) 등 5종 6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언어로 자신의 이론을 정리해냈다. 그리고 그의 순환구조론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어, 그동안 그에게 강의를 들었던 사람은 줄잡아 1천명이나 된다. 이학로 원장은 한의학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것을 나누는 후학양성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순환구조론의 특징은 양방의 해부생리학을 활용해, 한의학의 정밀도를 높이는데 있다. 때문에 순환구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부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그의 학문이 한의학의 테두리를 일탈하는 것이냐, 한의학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냐 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의 소신은 “동·서양 의학사의 어느 시점에 서양 해부학이 도입됨으로써, 결과적으로 兩의학 간에는 오늘과 같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인체를 다루는 의학에 해부생리학 개념은 필수적이며, 따라서 그것을 한의학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생명, 삶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

충남 서산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난 이 원장은 어린시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로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지금 돌이켜보면 A형간염으로 생각되는 병을 앓아 1년간 휴학을 하면서 한약 80첩을 먹어가면서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이 원장은 이 때 육체적인 노동이 요구되는 일에 스스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대전고 재학 시절에 삶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자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된 책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유로운 시간과 체력적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니 하는 기대 속에 한의사로의 진로를 결심했다. 원광대 한의대(82학번)를 입학한 이 원장은 한의학 공부는 ‘그럭저럭 학점만 채우는 수준’이었다고. 반면 생명에 대한 불교, 철학, 인문과학 등의 서적들은 늘 놓지 못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본과 1학년을 올라가면서 그해 1년 동안 동의보감 처방에 대한 통계를 내는 데 온통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A질병에 B처방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두통, 요통에 많이 사용되는 약재가 무엇인지 통계를 내고, 그러다 보면 특정 질병에 사용되는 약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통계작업에 매달렸다.

■ 학생시절, 동의보감 통계 내기

결론적으로 질병과 약재와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는 “병의 발생이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따라 처방구성이 달라지는 한방의 원리를 무시하고, 기계론적인 사고로 질병 대비 약재로 생각했으니 당연히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학적인 학문보다, 실재에 대한 탐구에 가치를 두는 성향에 대해 자칭 ‘근본적인 유물론자’로, 실재를 해부하려는 성향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의학과 생명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졸업과 함께 91년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감초한의원’을 개원하게 됐다.
임상에서 그는 실제 환자들의 치료율이 오르지 않아 난관에 맞닥뜨렸다. 특히나 고향에 친분 있는 사람들이 진료를 받은 후에 몸이 낫지 않아 불평하는 소리를 부모님이 들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은 의사로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던 참에 한의원을 천안(고려한의원)으로 옮겨 공부를 계속 하기로 결심했다.

■ 논리적인 한의학 설명체계를 찾아

그는 ‘한의학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주는 스승과 이론’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어렴풋이 본초 중에서 ‘광물’의 중요성이 크다는 짐작으로 주위사람에게 물어 한 한약업사를 만나게 됐다.
첫 대면자리에서 그는 첫 말머리를 ‘한의학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끄집어냈고, 상대방은 머뭇거림 없이 ‘자연학. 덧붙이자면 인간학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음양오행, 주역을 공부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정오행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이 원장은 당시 ‘한의학은 의학이다. 인간의 몸을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차올랐고, 이런 인식을 일깨워 준 스승을 만났다고 직감했다.

■ 스승 통해, 사고의 급성장 경험

가르침의 방식은 스승과의 문답 과정에서 질문, 즉 화두가 주어지면 이 원장은 두고두고 생각했다가 스스로 문제가 풀어지면 다시 스승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가 잘 맞아지면 다음 화두로 넘어가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는 멈추어진다. 이 원장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달에 한번, 혹은 두 번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때가 98년, 이후 스승과 만나는 6개월간 스승의 학문적 인도가 모티브가 되어 그동안 구축해 놓은 생명에 대해 사고와 함께 폭발적으로 급성장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첫 작품인 ‘한의학 순환구조론’이 정리되었다.
‘순환구조론’은 인체가 몸이라는 구조 속에서 순환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의학은 시대와 장소의 영향 속에 성장한다. 따라서 해부학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와 현대의 관점, 즉 한의학과 현대 해부생리학의 언어 모양세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상이 인체인 것은 변함이 없다. 인체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특히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수분이고, 한의학의 치료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汗法, 吐法, 下法인 것은 한의학이 체액의 조절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원장은 순환구조론은 바로 이 체액의 순환에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부학적 장부의 혈액순환로와 한의학의 상중하 개념구분 (表裏), 체액 증가·감소에 의해 발생된 압력현상은 陰陽, 寒熱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계속>

천안 =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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