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82] 需雲雜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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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82] 需雲雜方
  • 승인 2006.03.0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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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食으로 養生하는 양반집 가정요리

『수운잡방』은 조선 전기 우리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놓은 책으로 저자로 알려진 金綏(1491~1552)의 생존연대로 보아 대략 1500년대 초반에 쓰여 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이 500년 세월이 흐른 뒤에 빛을 보게 된 것도 경사스런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사대부 집안의 전통 음식양생법이 발굴된 것 역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세종 때 內醫院 醫官이었던 全循義에 의해 『食療纂要』가 선보인 이후 음식양생의 중요성이 이미 식자층에게 더 이상 생소하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는 호가 濯淸亭으로 일찍이 생원시에 합격하였고, 활쏘기에도 능해서 무과에도 응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넉넉한 살림에 성품이 豪俠했던 그는 늘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가 지은 탁청정에는 항상 빈객이 끊이질 않았고, 아무리 미천하고 행색이 초라한 선비라도 한결같이 반갑게 맞이하여 따뜻이 대접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많은 종류의 술과 안주, 반찬과 조리법이 적혀있는 까닭도 이러한 정황과 관련성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본문은 필체가 다른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반부는 三亥酒로부터 水醬法까지 86항목이 들어 있고 후반부는 三午酒로부터 茶食法까지 35가지의 음식조리법이 적혀 있어 총 121항목에 달한다.
전체를 내용별로 나누어보면 술 빚는 방법이 60항목으로 가장 많고 장류 10여 항목, 김치 15항목, 식초류 6항목, 채소저장하기 2항목 등 식품가공법과 이외에도 造菓만들기, 타락, 엿 만들기 등이 15항목에 이른다.
이 중 특별히 藥膳이나 약효가 기재된 것도 적지 않다. 우선 술 담그는 방법 중에서도 栢子酒, 胡桃酒, 夏日藥酒, 桃仁酒, 白朮酒, 丁香酒, 細辛酒와 같은 약술이 들어 있다.

약술의 대표격은 五精酒라 할 수 있다. 재료로는 黃精, 天門冬, 松葉, 白朮, 枸杞 등이 들어가는데, ‘主萬病, 補虛延年, 白髮還黑, 落齒更生.’한다했으니 최고의 보양주가 아니겠는가?
이에 못지않게 5월에 참쑥잎을 따서 담그는 艾酒를 하루에 세 번씩 마시면 만병이 낫게 된다고 했으니 애주가에겐 더없는 희소식이 될 법하다.
또 乾酒法 역시 附子, 生烏頭, 生乾薑, 桂皮 등속의 약재가 들어가는데, 백병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게다가 지황주는 아예 ‘變白速效方’이라고 단언하여 특정질환에 약효를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한편 백자주는 신장의 냉기와 방광냉증을 다스리고 頭風症과 여러 가지 邪氣와 鬼魅 들린 것을 없앤다고 하였다.
栢子 1말을 깨끗이 씻어 곱게 찧어 재료로 쓴다고 했는데, 백자인이라고 구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땅의 특산물인 잣을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잣은 海松子, 松子, 實柏이라고도 하는데, 『經史證類備用本草』에 新羅의 잣은 품질이 좋아 中土의 것보다 낫다고 되어 있다.
또 호도주는 오로칠상을 다스리고 氣不足을 보충한다고 하였다. 한편 초를 만드는 재료로 菖蒲, 木通, 蔓菁(순무), 東瓜(동아) 등이 쓰이기도 했다. 아울러 여러 가지 음식과 장류에 부재료로 蔘葉, 艾葉, 白頭翁과 같은 약용식물이 쓰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얘깃거리가 ‘山蔘佐飯’에 들어있다. 여기서 산삼은 겉껍질을 벗기고 두드려서 흐르는 물에 담가 두거나, 여러 번 물을 갈아 주어 쓴맛을 우려낸다고 했다.
설명을 보면 산삼이 아니라 더덕을 말하는 것 같은데, 丁茶山이 지은 『雅言覺非』에는 “山菜, 方言曰多德, 多音더, 蔓生, 根可茹. 本草所載山蔘, 疑卽此物.”이라 하였다.
한편 煎藥法에는 ‘大召一鉢’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대추 1사발이라는 표현일터인데 ‘棗’를 ‘召’로 표기하고 있다.
이규경의 『五洲衍文長箋散稿』 東國土俗字에는 ‘召音蚤, 棗也.’라 했으니 우리식 한자표기(大召)가 쓰인 것이 오래 전임을 알 수 있다.
후손이 마루밑 땅속에 파묻어 감추어둔 덕분에 한국전쟁을 견뎌냈다고 하는 이 소중한 기록 속에는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되새겨볼만한 읽을거리가 많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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