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인프라를 구축하자⑥ - 타 단체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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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인프라를 구축하자⑥ - 타 단체의 사례
  • 승인 2006.0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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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직능단체 정책연구소 기능 확대에 부심

올 3월 18일 열리는 의협회장선거전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10월 27일이다. 이날 연세의대 출신 3인이 의협회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출마의사와 함께 정견까지 밝혔다.
이보다 약간 앞선 10월 8일에는 전공의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의협회장선거를 겨냥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와같이 양의계는 회장선출 5개월 전부터 비공식적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선거운동이 일찍 시작됨으로써 선거가 조기에 과열되거나 집행부가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간에 의협의 정책방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양의계에 내재된 정책요소를 발굴하며, 회원의 관심을 유발하고, 동의를 구하며, 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지지자의 규합과 참모조직, 지역조직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선거는 하나의 정책이 반드시 거쳐 나가야 할 저수지로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회장후보자들은 일선회원의 밑바닥정서를 대변하면서 정책공약을 내걸고, 회원들은 자신의 정서와 요구를 대변할 후보자를 지지함으로써 향후 3년간의 의료계 흐름을 결정한다.
선거과정에서 여론의 검증을 거친 정책은 한결 세련되게 다듬어짐으로써 추진력이 강화되며, 현실과 괴리된 정책은 집행과정에서 전문가집단과 일정한 조율과정을 거쳐 현실적합적인 정책으로 재탄생된다.

■ 선거 통해 정책으로 재탄생

정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이렇듯 선거라는 주요한 계기가 작용한다. 선거는 자기직능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로 치러지는 각종 선거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대통령선거, 지자체장선거, 심지어 장차관의 교체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역학관계도 적극 활용된다.
기존의 정책관계자들과의 접촉도 정책생산과 정책홍보의 장이 된다. 똑같은 기관장을 방문해도 내용을 갖고 만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만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산하의 정책연구소에서 생산한 데이터를 갖고 접촉할 경우 설득력이 배가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

치과의사회장 같은 경우에는 회장에 당선되면 정부부서의 장은 물론이고 국회의 상임위원들을 공개적으로 만나 치과계의 정책을 설명하는 것을 회장의 기본적인 직무로 생각한다. 기관지인 치의신보는 회장의 정책활동을 상세히 보도해 회원들에 알린다.
정부의 정책담당자들도 의약단체에서 로비보다 정책아이템을 제공해줄 것을 강력하게 바란다. 그래야 해당부서의 실적이 올라가 부서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한편 개개인의 진급과 보수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관계자들은 정책아이템 제공에 소홀한 한의계에 아쉬움 표시한다. 한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새로운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면서 “해당정책으로 혜택을 입는 단체가 정책의 초안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 데이터 생산은 정책연구소에서

단체장들이 활용하는 데이터는 단체장의 능력과 성과를 나타내는 척도다. 단체장의 열정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면 정부 정책에 반영시킬 수 없다. 막연한 요구와 애로사항의 호소, 또는 단체 간 형평성의 요구로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기관은 법과 규정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하고, 과거에 비해 공직자 개개인의 재량권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에 임의로 일처리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근거를 찾는 일이고, 이를 위해 산하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충분한 근거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일처리를 하며, 시범사업 등을 통해 한번 더 거르는 등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의약단체들은 정부의 일처리방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정책생산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정책연구소의 운영이다. 의협의 의료정책연구소, 병협의 병원연구원, 치협의 구강보건의료연구원이 그런 연구소들이다.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자는 게 정책연구소의 설립 취지인 만큼 각 단체는 정책연구소의 설립과 운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 의협 정책연구소 예산 23억원

의협회장의 직속기구로 돼있는 의료정책연구소는 소장1명과 연구조정실장이 1명 있고 연구조정실은 법·제도팀, 보험제도팀, 경영사회팀, 조사기획팀 등 4개의 팀과 연구지원부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전문위원 1명, 객원연구위원 1명, 각 팀에 1~2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회비로 운영되는 예산은 2005년도에만 23억여 원으로 개원의 1인당 6만원의 특별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의협은 연구소를 통해 보건의료의 각 분야별 실태조사는 물론이고 의료현안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과 꼼꼼한 정보 분석을 통해 장·단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연구 성과는 다양한 보고서형태로 발간되며, 주요 내용은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개재해 회원과 공유한다.
병협과 치협, 약사회 산하 정책연구소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의협의 정책연구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의 활동력 여하에 따라 소속 직능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보고 연구소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예산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의약단체들은 정책연구소 외에도 학회, 신문, 단체 등과 역할분담을 통해 정책의 질을 높이고 있다. 가령 의사단체에서 발행하는 청년의사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면서 의료의 공공성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 성장론을 대변하는 의협신보의 한계를 보완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에 일조하고 있다.

■ 예산 확보의 문턱 못 넘는 한의계

한의계도 한의협 산하 정책연구소 설립을 목표로 정관개정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정책연구소의 설립근거를 정관에 명시하려 했으나 설립주체를 이사회로 할 것인지, 아니면 대의원총회를 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다 부결됐다.
한의협은 올해엔 반드시 정책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목표 아래 정관개정과 2억 원의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정기총회에서 정책연구소 정관과 예산이 통과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관개정은 대의원의 2/3를 확보해야 하고, 예산도 부담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총회가 선거총회여서 대의원의 관심을 끌지 미지수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기능과 어떻게 차별화하느냐 하는 문제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정책연구소의 설립은 올 정기대의원총회까지 한의협이 회원과 대의원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설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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