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웰빙 건강법] 삶의 속도 늦추는 ‘다운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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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웰빙 건강법] 삶의 속도 늦추는 ‘다운쉬프트’
  • 승인 2006.02.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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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나 신문사로부터 개인적인 건강법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합니다.
<먹지마 건강법> 책을 통해 채식하는 한의사로 알려지다 보니 기자분들은 제 독특한 식생활에 대한 기고문을 바라는데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다운쉬프트’입니다. 다운쉬프트(downshift)란 삶의 속도를 늦추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자진 이탈하는 것이지요.

예방의학을 연구해 온 저는 질병 예방법으로 인스턴트 끊고 채식하는 식이요법을 강조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음식관리만으로는 질병 예방에 부족함을 경험하면서 <희관씨의 병든 집>이라는 책을 통해 시크하우스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최근에는 선천적으로 건강한 것이 최선임을 주장한 <태교비전>을 출간했습니다.

좀 더 완벽한 질병 예방을 추구하고자 새로운 주제로 고민하게 되는데 요즘은 다운쉬프트를 언급하고 있지요. 한의원이 종로에 위치하다 보니 직장인들을 자주 접합니다. 직장인들이 주로 호소하는 내용이 만성피로와 무기력인데 그들이 아픈 원인은 다름아닌 과로지요. 치열한 경쟁과 과중한 업무가 병인(病因)인 것입니다. 직장에서 강제로 주어지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성취욕 때문에 무리하게 업무를 만들어 과로를 자초하는 분들에게 저는 제 생활을 말씀드리면서 다운쉬프트를 권합니다.

저는 진료시간이 짧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처음부터 진료 마감이 5시였던 것은 아닙니다. 과로 때문에 단축한 것인데 사실 의료인의 과로는 환자 숫자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많지 않아도 한의원에 있는 것만으로 피곤한 저 같은 한의사가 있으니까요.

5시에 진료를 끝내면 무조건 집으로 향합니다. 술자리는 물론이고, 저녁 약속을 일체 만들지 않습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 12시 이전에 취침하지요.
다운쉬프트를 쉽게 표현하자면 ‘단순한 삶’입니다. 집과 한의원만 왕래하는 단순한 생활이 지루해 보여도 저에게는 몸과 마음의 안정을 줍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인 사교활동과 취미생활이 삶의 활력소이겠지만 肺燥心熱해서 쉽게 上氣되는 저는 靜的인 안정감이 좋습니다.

TV 출연이나 강연 요청을 거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니 한의원 홍보도 단순한 삶을 위해 포기했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한의원으로 환자를 안내하는 경우도 있지요. 특정 질환에 있어서 저보다 실력 있는 한의사에게 소개해 드리는 것입니다. 소심한 성격 탓에 뜻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노심초사해서입니다.

몇 권의 책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한의사로서 외형을 키울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한의원 확장 및 한방병원의 설립 기회도 있었고, 건강보조식품에 관련된 사업 제안도 받았습니다. 한의원의 경영 증진과 제 자신의 입지를 넓힘에 있어서 좋은 기회였으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외형을 키울수록 다운쉬프트에서 멀어지니까요.

어찌보면 바보 같은 행동이겠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현재의 단순한 생활을 즐기고 싶습니다. 다운쉬프트... 단순한 삶이 바로 저 개인의 건강법입니다.
요즘 한의원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침 환자가 많이 줄어 19평짜리 한의원으로 축소 이전하려는 것입니다. 7개의 베드를 2개로 줄이고자 하는데 다운쉬프트에 익숙한지라 아쉬움이 없습니다.

손영기
서울 종로구 손영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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