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치료, 이것이 진실이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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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치료, 이것이 진실이다①
  • 승인 2006.02.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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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을 과학의 잣대로 판단하면 존립 기반 위협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약을 장기 복용한다. 심지어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줄 알고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고혈압이 약만으로는 결코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보가 차단돼 일방적인 정보를 주입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고혈압치료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아 올바른 치료관행을 정착시킴으로써 국민건강에 기여하고자 ‘서양의학이 밝혀내지 못한 고혈압의 원인’ ‘네가지 유형에 다라 살펴 본 고혈압의 치료’의 저자인 선재광 한방고혈압연구회장이 쓰는 ‘고혈압 치료, 이것이 진실이다’를 연재한다. 고혈압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19일자 중앙일보에 5년쯤 뒤 한국에서 가장 유망할 것 같은 직업의 평가 결과 한의사가 500점 만점에 339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또다른 보도는 근래에 한의학연구원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전에 비해 최소 5배에서 많게는 10배 늘어났으며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지역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한방 산업의 상품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역 특성에 맞게 대규모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으므로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유망할 것 같은 직업인 한의사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그 만큼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지원을 받으면서 과학적 근거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도리어 한의학의 존립 기반을 스스로 부정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으며, 한방 산업의 다양한 상품화는 한의사들의 전문 진료 영역은 점점 축소되고, 한의원 경영에 위축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인 것 같다.
기존의 한약시장을 ‘과학적 근거’라는 명분으로 위장하고, 곡해하여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취급할 수 있게 되었고, 대규모로 상업화되어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한의원의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관하여 이종찬 아주대 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는 「동아시아 의학의 전통과 근대」에서
“비록 한의학이 서구적 근대에 대응하면서 새롭게 발명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의료의 상품화, 생활의 의료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여전히 서양의학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의학이 이런 조류에 적응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립 기반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한의학을 서구 과학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이른바 ‘과학적’ 태도이다. 그래서 서구 과학의 입맛에 맞는 한의학을 선별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에 내장되어왔던 개념, 방법, 이론들로 구성된 인식론적 기반을 자신의 과학적 개념, 방법, 이론들로 해체한다. 따라서 전통의학의 담론과 실천 방식은 생의학의 ‘사회적 공간’을 더욱 확고히 하는 네트워크로 가능하게 되어 생의학 제국을 재생산하는데 기여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런 입장의 반대에 선구적 역할을 맡았던 인류학자 찰스 레슬리는
“의사 단체와 의학 연구비의 정치적인 성격, 병원 경영의 여러 가지 비합리적인 관행, 의사-환자 관계에서 의사의 지나친 권위 의식 등의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과학적 의학’이라는 용어는 잘못되었다.”고 대담하게 주장했다.

또한 세계적인 심장내과의사이며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의 대표자격으로 1985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나드 라운(Bernard Lown)은 그의 저서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에서
“서양 의학에서는 동일 질환을 가진 각각의 환자는 서로 비슷하다고 본다. 서양 의학이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적 공통성이며, 그 과정에서 개인적 차이는 무시된다. 또한 서양 의학은 모든 환자가 비슷하고 교환 가능한 부속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 각자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며, 개인의 정신 역시 쉽게 단일화시켜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 존재의 특성은 과학적 방정식으로 정립될 수 없다. 의학에서 이러한 비인간적인 요소가 중심을 차지하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또 세계적인 면역학자인 아보 도오루(59·일본 니가타대 교수)도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에서
“근래 의학계는 EBM(Evidence Based Medicine) 즉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의료를 선택하자는 사고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생각은 중요하지만 조금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EBM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여기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치료한다고 하는 점을 놓칠 수 있다. EBM과는 달리 환자 개개인의 체질, 생활 패턴, 생활환경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치료를 해나가는 방법이 NBM(Narrative Based Medicine)이다. 과학적 근거도 중요하지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충실한 의료가 더욱 중요하다. 개개 환자의 체질에 따라 치료법을 바꿔나가는 한의학은 여기에 속한다.”고 했다.

근래에 들어 과학적 근거 중심 의학이 마치 한의학을 구원하는 구세주인 것처럼 말하는 교수나 연구원들을 접할 때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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