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80] 家庭敎本
상태바
[고의서산책280] 家庭敎本
  • 승인 2006.02.17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집집마다 알아야 할 의약상식

이 책은 1912년에 경상북도 대구에 위치한 普惠藥房에서 발행한 홍보용 제제품목집인 『大邱普惠藥房紀念新書』속에 들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본란 254회(05년 7월 25일자 일제치하 藥種商의 賣藥販賣 - 『普惠藥房紀念新書』)에 소개한 바 있지만 수록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못해 따로 설명하기로 한다.

원래 이 신서는 보혜약방의 주인인 李觀化가 賣藥제제 250여종에 대한 판매 허가를 획득한 것을 기념하여 발행한 것으로 어려운 의약위생에 관한 지식을 조선말로 풀어서 설명해 놓은 것이다.
신서의 주요 내용에는 30종 처방에 대한 主효, 用法을 국한문 병기하여 써 놓고, 이어 208종의 韓藥製劑와 양약제품들을 1호부터 208호까지 일련번호를 붙여 놓았다. 그 뒤에 본 家庭敎本과 農業要覽이 합본되어 있다.

家庭敎本에는 가정을 화평하게 할 방도를 여러 가지 면에서 제시한 생활의학서 형식으로 되어 있다.
총설에서는 가정의 근본이 되는 다섯 가지 요령을 제시하였는데, 첫째, 가족간에 화목할 것, 둘째,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절제할 것, 셋째, 질서를 정숙히 하고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할 것, 넷째, 衛生의 도를 지킬 것, 다섯째, 교육을 게을리 하지 말 것 등이다.

그 뒤로는 주제별로 23장을 설정하여 설명을 붙여 놓았는데, 家長, 主婦, 老人으로부터 貯蓄, 家計簿記 등에 이르기 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 특별히 한의학과 관련이 깊은 항목으로는 주거, 食物, 의복, 위생, 救病의 주의, 保育, 가정교육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각 항목마다 양질의 유용한 의약상식과 건강정보가 담겨져 있어서 이 책이 단순한 생활지침서가 아니라 생활의학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식물의 경우, 음식을 선별하여 먹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지적하고 있다. 소화가 잘되는 것을 골라 양을 적게 먹고, 먹은 지 6시간 이내에는 먹지 말 것, 동물성 음식물과 식물성 음식물을 섞어서 먹을 것, 여름에는 식물성 음식물을 많이 먹고 겨울에는 동물성 음식물을 많이 먹을 것, 소아는 어른과 달리 양을 좀 많게 먹는 것은 좋지만 익히지 않은 과일과 과자를 먹어서는 안 된다든지 하는 일상생활의 보건상식들에 관한 내용들이다.

위생에 대해서는 개인의 위생, 공중의 위생을 기록한 후에 뇨루지씨의 위생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뇨류지라는 이름의 이국인이 만든 위생법으로 외국서적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또 응급처치법이나 물에 대한 설명, 기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救病의 주의에서는 간호하는 법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말을 온화하게 하라, 청결을 유지하라, 병실에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고 광선이 동남방에서 들어와서 실내전부가 쬐이도록 하라, 대소변 등 배설물은 모두 소독법과 방취법을 행하라, 환자에게 주는 약이나 식사는 의사의 명령에 따라서 하라, 맥박은 하루에 3회 이상 체크하라는 등등의 내용이다.
자녀의 保育에 대한 항목이 상세하게 기술된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는 임신 중 주의사항, 태교, 출산전 주의, 출산, 영아의 취급법, 영아의 위생 등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마지막 장인 가계부기에는 가계부를 쓰는 법에 대해 한 장의 가계부를 예시해가면서 소개하고 있어, 이 책을 보급하는 목적이 농촌생활을 계도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근대 계몽교육의 선각자인 南宮億 선생이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지었다는 『가정교육』에도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당시 농촌계몽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20세기 초 가정에서 사용한 생활의학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의학적인 내용은 당시 일반가정에서 필요한 생활의학지식인 만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며 쉬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이 자료에서 우리는 근대화로 이행되는 시기의 계몽교육에 따른 의약위생 지식의 보급과 초창기 제약산업이 맞물려 있는 양상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