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後記] 《돼지들에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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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後記] 《돼지들에게》를 읽고
  • 승인 2006.01.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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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상처들에 대한 비망록

불꽃처럼 타오르는 20대, 그 젊음의 시절은 모든 것이 가능태로 존재하는 축복의 시간이다. 어느 것도 확실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삶은 더 환상적으로 포장되고 축제처럼 미화된다. 20대를 떠난다는 것은, 아름답고 화려한 축제의 공간으로부터 무겁고 어두운 현실 속으로 방기되는 아픔이다.

10여년 전, 최영미의 첫시집 《서른, 축제는 끝났다》를 읽었을 때 나는 그녀의 내면속에 서린 축제의 잔영과 그에 대한 끈끈한 아쉬움을 보았다. 그녀가 살아온 젊음의 시대는 자유와 민주에 대한 그리움이 활화산처럼 폭발하던 시대였다. 그 그리움은 동시대의 젊음들을 하나의 연대로 묶어주었다. 모두가 하나였기에 시대를 향한 아픔과 절망은 오히려 축제처럼 단 추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여지없이 흘러갔고 축제속에서 사랑하고 환호하던 그네들도 하나둘씩 각자의 길로 떠나야 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문단에 조금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녀의 근황을 듣지 못할 일도 아니었겠지만, 나의 삶은 너무도 분주했고, 더욱이 문학과는 전혀 동떨어진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의 암전. 그 어둠을 깬 것은 얼마 전, 그녀가 자신의 세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를 상재했다는 소식이었다. 아, 그녀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게으른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 시집은, 모태를 떠난 어린 영혼처럼, 어수룩하고 순진하던 그녀가 세상 속에서 겪었던 영혼의 상처들에 대한 비망록이다.
세월 때문이었을까? 들뜬 축제의 여운은 사라지고 그녀의 노래들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축제를 마치고 내려온 이 세상은 탐욕과 노회한 존재들-돼지와 여우-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달콤한 미소와 선의를 작위하며 그녀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렇게 뺏은 그녀의 진주를 그들은 농락하며 시시덕거린다.

“마당의 꽃밭을 짓밟고, 화분을 엎고. 아끼는 봉선화의 어린가지를 꺽는” 폭력마저, 그놈들은 자행하였다. 이런 상처 속에서 그녀는 조금씩 세상에 대한 순진함을 벗어버린다. 그들을 우상으로, 또는 선생님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 씌워졌던 비늘이 서서히 벗겨져 내린 것이다. 그녀가 발 딛고 서있는 공간은 더 이상 축제가 벌어지던 마당이 아니다. 그녀는 이제 현실의 공간- 세상 속에 서 있는 것이다.

분명 그녀는 변해 있었다. 세상을 향한 그녀의 관심이, 이 시집을 통해, 여행이나 어머니와의 관계, 그림과 같은 소품들을 통해 열려가는 것은 그동안 그녀가 이뤄낸 변화의 또 다른 모습들이리라.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넘어버린 시인 최영미. 그녀가 다음번 시집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명성환
경기 광주 오래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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