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기업 열전② - 동방침구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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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기업 열전② - 동방침구제작소
  • 승인 2006.01.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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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좋게, 중국보다 싸게”

동방침구제작소(대표 김근식·50)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브라질, 영국 등에 판매 법인을 갖고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해외 의료계에도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침 생산량으로만 놓고 볼 때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업체이지만 IMF 시절 부도가 발생하는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 특히 인체에 직접 삽입되는 침을 제작하는 데는 어떠한 타협이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 새 시장 도전에 대한 매력

경희대학교 원예과를 졸업하고 건축자재 도매업을 시작했던 김근식 사장이 침구제작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80년대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로 어려웠던 시기 학창시절부터 잘 알고 있던 교수에게 “침은 앞으로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부터다.

“‘1회용 침’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본다는 데 큰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한의대 교수들로부터 침의 원리부터 사용법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개월 공부하며 1987년 의료용구제조업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모두 혼자 해냈다는 게 특이할 만한 하다. 기술관련 사업을 처음 시작하려고 하면 동종 업체에서 근무하던 사람을 스카웃 하는 등 인력확보가 필요할 법 했지만 그는 그러한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켜지는 냉철한 사회지만 동종업체간의 도의를 저버리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도의를 저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침구제작에 대한 원칙이기도 하다.

■ 1회용 침 알리기 10년

1회용 침은 반드시 필요하고, 침 제작에 대해 연구를 해가며 사업전망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연마하는 공정만을 자동화 한 수준이었지만 수공업에 의존하고 있던 다른 업체에 비해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한의계에 1회용 침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의사들을 쫓아다니며 필요성을 설명하면 수긍을 했지만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남들도 그냥 쓰고 있는데…”라는 방관자적인 입장이 다수였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원무과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1회용 침사용의 필요성을 큰돈 들여 광고할 만한 입장도 아닌 김 사장은 결국 두 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의사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고, 스티커를 제작해 나눠주고, 직접 붙이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해, 사회적 인식도 점차 바뀌고, 한의계에 회사 이름이 알려지면서 매출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경희대를 비롯한 대형 한방병원의 1회용 침사용은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87년부터 10년간 그토록 노력했어도 꿈쩍도 않던 시장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가 1997년, 동방의 본격적인 사세 확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떠한 사업도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특정 회사의 독주는 그냥 놓아두지 않는 법이다. 경쟁업체의 잇따른 출현과 가격경쟁은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IMF는 혹독한 시련이 아닐 수 없었다. 미수금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회사는 98년 15억원 가량의 부도를 내고 어려움을 맞게 됐다. 김 사장은 한의계의 신뢰와 당시 은행이 동방의 경영 상태를 믿고 섣불리 부채 회수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 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특이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IMF 기간인데도 거꾸로 매출이 크게 뛰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기 어려웠지만 원인은 1회용 침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굳어졌다는 것과 경제 침체로 인해 한의원 환자들이 약보다는 침 치료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업체보다는 짧은 시련이었지만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시기였다고 김 사장은 회고 한다.

■ 안심하고 편안한 시술을 위해

이제까지가 1회용 침 시장이 만들어지고 확대된 때라고 하면 2000년 이후부터는 기술력의 향상에 주력한 시기이다. 한방의료의 중요 치료 수단인 침이 철저한 관리와 대량 생산을 통해 한의사들이 안심하고, 비용에 대한 부담 갖지 않고 시술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조립공정 개선을 위한 자동화라인 구축 ▲조립자동화설비의 레이아웃 설계 ▲침의 취출 자동화 장치 등을 지도 받고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결과는 침 생산량이 월 9백만개에서 2천만개로 122% 나 향상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스프링 가공에서 조립, 세척 포장, 멸균, 제품검사 그리고 출하까지 자동화된 한 공정에서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의료용구 제조업소의 경우 2007년까지 KGMP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 돼 있지만 동방은 이미 시설을 완비해 놓았고 올 봄에 신청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매출 규모는 년 50억원에 이르렀지만 아직 해야 할 과제 더 많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2003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은 기업 부설연구소에 투자를 늘릴 생각이다. 김 사장은 “중국보다 싸고, 일본보다는 우수한 침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방은 충남 보령의 본사와 중국 청도(2001년), 중국 소주(2004년)와 올 8월 완공을 목표으로 건설 중인 브라질 공장을 중심으로 세계 침구시장에 우리나라 침구 제작의 우수성을 입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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