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한의사를 넘어서… 공중보건한의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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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한의사를 넘어서… 공중보건한의학을 위하여…
  • 승인 2006.01.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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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연
한국한의학연구원 혁신전략팀, 공중보건한의사


“한의협과 공보의 간 긴밀한 협조체제 필요”

학생시절 가두 시위를 벌이거나 대국민 선전전을 할 때의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민족의학 사수’, ‘국민건강권 사수’, ‘1차의료 강화’ 같은 구호 말고도 ‘보건소에 한의사를’ 이라는 구호도 외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외침이 단순히 의·치과와 동등한 병역 혜택을 달라는 요구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한의사가 있을까?
그 때 우리는 한의학이 보건소라는 공적 영역에 흡수되어 국민과 가까이 하는 한의학의 미래를 예상했던 것이다.

그렇게 기대해 마지 않았던 공중보건한의사가 전국에 전면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한지 4년째, 공중보건한의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선, 어떤 평가를 내리기엔 그 역사가 아직은 너무 짧다. 60년대부터 지역의료를 담당해온 양방에 비하면 한의학이 공적 영역에 흡수된 역사도 짧고, 더욱이 공중보건한의사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보건지소에서 침도 놔요?”, “이런 것도 한방에서 되요?”라는 말은 일선의 공보의들이 쉽게 접하는 말이다.

공보의의 근무여건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관사 제공이나 생활여건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공보의들이 많으며, 보조인력이 없거나 진료실 장비나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보건소 직원들도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한의의료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는 정책이 수립되어 공보의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종종 지방의 임상 한의사들은 공보의들 때문에 환자가 줄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것은 공보의가 진료를 위주로 일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진료 이외에 다른 어떤 사업을 해야하는지, 또 할 수 있는지 그 역할이 분명히 규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 공중보건한의사의 역사가 짧아서 생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첫단추를 잘 꾀어야 한다. 한의학의 대중화를 꿈꾸었던 젊은 한의사들에게 공보의의 전국적 배치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다.
이 시기는 그동안 한의학을 몰랐던 지역 주민들에게는 처음으로 한의학을 경험하게 하는 시점이고, 지역 구성원과 밀착되어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첫 걸음인 것이다.
열악한 한의학의 위치를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공보의들이 노력과 열정을 아끼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양방에 비하여 성심 성의껏 진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신선한 반응을 일으켜왔다.
또한 진료 이외에 건강증진사업을 개발하거나 방문사업을 하느라 땀흘리는 공보의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 공보의의 개인적 의지이며, 대체로 많은 공보의는 그야말로 보편적인 ‘공보의 다운(?)’인 상황에 매몰되기 쉬운 물적 조건에 있다.
성과급이 아닌 이상, 같은 월급 받으면서 더 열심히 일한다는 건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으며, 또한 사업을 추진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어도, 일하기 싫어하는 관료들의 제제를 받고 좌절하기도 한다.
진료영역에서도, 대부분은 보조 인력도 없고 탕액에 비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보험 Ex제제를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료의 욕구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한의사로서 가진 능력의 10%나 제대로 사용하는 공보의가 있을까?
특히 한의계는 국가의료체계인 공적영역에서 다시 한번의 기회가 오고 있다. 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한방건강증진사업 지역거점(HUB) 보건소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한의학적인 내용으로 건강증진사업을 기획하여 전국에 보급시킬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전통의학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며, 한의학의 대중화, 영역의 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양방의 의학보다 예방의학적 관점을 강조하는 한의학에 강점이 있는 영역이다. 현재는 중풍예방, 방문진료, 산전산후육아, 사상체질, 금연, 기체조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산전, 산후, 육아 교육을 통하여 한의학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홍보되면 한의원을 찾는 환자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한의계가 이 기회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 기회라고 생각하기는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이 사업들은 거의 해당지역 공보의들의 머리에서 나와서 시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즉, 사업을 만들어 내는 데에 있어서 연구 개발에 대한 한의계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방 식이 내용을 가르치려고 해도 한의학적으로 일정하게 정리된 분야가 없으며, 대부분 영양사의 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사업 평가에 있어서도, 한의학적인 지표이기 보다는 대부분 양방적인 지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학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하면, 기존의 건강증진사업과 구분되지 않게 되며,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은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의계는 미래를 기약할만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하여 한의협 지도부와 공보의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며, 한의계는 국가보건사업에 조직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해야만 하며 임상 영역도 보건 사업과 연계하여 국민들에게 한의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며, 신뢰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공공의료체계 내 한의학의 역할과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보의 대표단은 공보의의 의식전환에 노력하며,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공보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고, 그들이 체감하는 문제들을 수렴하고 정부와 한의협에 적극적인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그 동안 한의계의 ‘보건소내 한의사배치’ 주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공의료체계 내 한의학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는 그 과정에 있으며 공중보건한의사에 대한 미래를 넘어 미래의 한의학이 국민들과의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의학의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의 모습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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